[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오는 5일이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된다. 참사 유가족은 겨울 내내 시린 손으로 들고 있던 피켓을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위해 용기 내 2월 4일 광장에 와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13일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를 이어온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수사 종료를 선언했다. 특수본은 경찰·소방·구청 등 현장 책임자들을 줄줄이 송치하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윗선'으로는 수사를 확대하지 못했다. '엄정 수사'를 예고한 초기와 달리 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것이다.
사회부 이정윤 기자 |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도 마무리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요구 등을 담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 채택은 여당 없이 진행된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특수본과 달리 새로운 사실과 분명한 책임 소재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 국정조사는 이태원 참사가 정치쟁점화 되면서 진상규명은 뒷전이 돼 버렸다.
이제 이태원 참사 수사는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서울서부지검은 이태원 참사 관련 별도 수사팀을 꾸려 이태원 참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팀엔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를 수사한 안전사고 전문 검사도 투입됐다. 하지만 현 정권이 검찰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정권 운영에 해가되는 수사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경찰청은 윗선이 '무혐의'로 수사 종결된 이후 그간 산적해 있던 일들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일선 경찰들은 특수본에서 입건한 동료들을 돕기 위해 탄원서와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경찰관은 "위는 평화로운데 공무원 월급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동료들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지난달 이뤄진 국정조사 공청회에서 이태원 지역 상인이 유족에게 눈물과 함께 큰절하며 사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는 참사 이후 정부 관계자 누구라도 해야 할 행동이었지만 끝내 볼 수 없었다.
재난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적당히 해라. 그만하면 됐지 않나'라는 말을 주변에서 너무나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내 가족, 친구, 동료가 그 참사 속에 희생됐다면 같은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 '피로감'이라는 말로 쉽게 외면하지 말고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수사 과정을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지켜봐야 한다. 이태원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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