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6일 올해 업무계획 보고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현행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실화해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이 아닌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인 집단으로 지정하는 가운데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 역시 커진 경제규모에 맞춰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공정위는 또한 대기업집단 총수(공정거래법상 동일인) 판단기준과 변경절차 등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외국인 총수 지정은 이슈가 됐던 쿠팡 외에도 총수의 배우자나 2·3세가 외국인이거나 이중국적자인 그룹이 10여개 정도인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향후 총수 변경 시 대응 차원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학계·법조계·업계 등이 참여하는 정책네트워크를 구성해 이 같은 사항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산분리 제도, 지주회사 제도 등도 점검 대상이다.
공정위는 26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 상호출자제한집단 기준 상향에 맞춰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도 바꾸기로
공정위는 올해 ▲경쟁촉진 ▲공정한 거래기반 ▲대기업집단 정책 ▲소비자 보호 등 4대 핵심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디지털 시장의 독과점 남용에 대한 대응과 납품단가 연동제 세부기준 마련, 온라인 눈속임 상술(다크패턴) 등 소비자 보호 등을 세부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대기업집단 정책 중에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 상향이 단연 눈에 띈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상호출자제한집단 기준 자산 규모가 현행 10조원 이상에서 GDP의 0.5% 이상으로 바뀌게 되는데,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 역시 달라진 경제규모를 반영해 높이기로 한 것이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처럼 GDP와 연동할 수도 있고, 자산규모 액수를 6~7조원으로 늘리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꾸려질 '기업집단정책 네트워크'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지난 2009년 공시제도가 처음 도입됐는데, 그 때 그 대상이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이었다"면서 "그 사이 경제규모가 커졌고,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대상 기업집단 수가 과다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수는 2009년 48개에서 지난해 76개로 늘었다. 이로 인해 중견기업들의 공시 부담이 가중되는 측면이 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 외국인 총수, 쿠팡 외 10여개 그룹 총수 배우자, 2·3세도 검토 대상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총수제도도 손질하기로 했다. 우선 총수 판단 기준과 변경 절차 등을 구체화한 예규를 만들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은 총수의 법률상 용어인 동일인을 '그룹의 사업 내용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로 표현하고 있다. 총수가 누구냐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를 받는 계열사와 법적 책임 범위가 달라지는 데도 불구하고 총수 지정과 변경을 위한 일관된 원칙이 존재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쿠팡에는 마스크·손소독제 등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보건·위생·생필품 판매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방문했다. 2020.03.06 pangbin@newspim.com |
공정위는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한다. 외국인 총수 지정은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이 촉발시킨 것이다. 지난 2021년 미국 시민권자인 김범석 전 쿠팡 이사회 의장의 총수 지정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는 공정위 대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외국인을 대기업집단의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려고 했으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부처가 통상마찰 우려를 제기하자 일정을 미룬 바 있다.
윤수현 부위원장은 "시행령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관계부처인 산업부의 동의가 없으면 더이상 진행될 수가 없다"면서 "저희가 안을 잘 다듬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부위원장은 특히 "외국인 총수 지정은 쿠팡 때문에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총수의 배우자 또는 2, 3세가 외국인이거나 이중국적자인 경우가 상당수 있고 이들이 언젠가는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현재 총수의 배우자나 2, 3세가 외국인이거나 이중국적자인 그룹이 1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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