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부터 안전기술부사장 공개모집
재작년·작년 공모 땐 적임자 없어 채용 불발
"CEO보다 책임 막중한 CSO…비선호 당연"
[세종=뉴스핌] 이태성 기자 = 한국가스공사가 신임 안전기술부사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난데없는 공공기관 구인난의 원인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가 거론된다.
10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성영규 안전기술부사장과 이승 경영관리부사장이 지난주 사표를 제출했다. 최연혜 신임 사장이 취임한 지 딱 한 달이 된 시점이다.
각자 2019년 8월과 2020년 10월에 취임한 두 명의 부사장은 이미 임기를 채운 지 오래였다. 하지만 후임자가 제때 구해지지 않으면서 공사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일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가스공사] 2023.01.02 victory@newspim.com |
신임 안전기술부사장 채용은 지난달 공개 모집을 시작해 현재 서류심사가 진행 중이다. 채용이 마무리되기까지 약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관리부사장의 경우 아직 채용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한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채용이 진행 중인 안전기술부사장 자리조차 적합한 인물이 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이미 2021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안전기술부사장을 공개 모집한 바 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공고다.
가스공사는 연이은 모집에서 신임 안전기술부사장을 선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고 답했으나 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안전을 담당할 인재가 오지 않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가스공사는 재작년과 지난해 추진했던 1차, 2차 공모의 지원 자격을 외부 인사로 한정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대비해 안전분야의 전문가를 확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선발에 어려움을 겪은 탓인지 이번 3차 공모에서는 내부 인사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11.30 yooksa@newspim.com |
차동언 대륙아주 변호사는 이에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최고경영자(CEO)보다 더 위험한 자리"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리스크가 굉장히 커졌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CEO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은 형사법규라 CEO가 처벌되면 CSO는 공범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CEO는 책임을 면할 여지라도 있지만 CSO는 그럴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예고했다. 이달 중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1년간의 법 시행 성과를 분석하고 명확하지 않은 처벌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중대재해의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정부가 바라는 법 개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법안 자체에 대한 논의와 함께 공공기관의 안전을 책임질 인재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하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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