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요한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중 무역전쟁 등의 요인으로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주요국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원자재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배요한 중기벤처부 기자 |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만들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만 혜택을 주도록 했다. 유럽 역시 주요 원자재의 자국 내 생산·개발 제품에 한해서 혜택을 주는 핵심원자재법(CRMA)의 내년 초 입법을 예고했다. 세계화 바람이 저물고 글로벌 주요국들은 자국 우선주의에 나서는 모양새다.
주요 원자재를 독과점하는 중국 기업이 양 법안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국 협력사로부터 리튬, 니켈 등을 수입해오던 국내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리튬은 대중국 의존도가 84%에 달해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원자재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급등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12월 27일 기준 리튬 가격은 ㎏당 482.5위안을 기록했다. 지난 11월 중순 581.5위안까지 치솟았던 리튬 가격은 다소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2년 전과 비교해서는 10배(kg 49.5위안) 가량 오른 실정이다.
리튬 가치가 급등하자 국내 기업들은 해외 국가 및 광물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고 자원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예가 포스코다. 포스코는 2018년 아르헨티나 염호를 인수하면서 100년간 사용 가능한 리튬을 확보했다. 광권 인수금액이 2억8000만달러(약 3555억원)에 불과했던 염호는 현재 수십조원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 코스피 상장사 금양은 콩고민주공화국과 마노노 광산의 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인동첨단소재는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리튬 채굴권을 확보했다. 또한 철강 전문기업 제이스코홀딩스는 필리핀 니켈 광산 회사 EVM과 니켈광산에 대한 포괄적 양해각서(MOA)를 체결했다. 다수의 기업들이 원자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자원 개발은 자본 집약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완료되기까지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든다.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대규모 자본, 인프라 구축, 정세 불안 등의 요인으로 채굴 단계에 가기까지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원 개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현지 정권이 바뀌거나 불안정한 정세가 생기면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최근 세계 각국이 핵심자원을 안보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어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투자와 적극적 자원 외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계화의 고리가 약해지고 자국 우선주의가 득세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복잡해졌다. 언제든지 광물 자원은 무기화될지 모른다. 정부는 전략적 차원에서 해외 자원 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한편 자원 개발 기업들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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