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 완화에도 고금리·소비 경색 우려
전기차·SUV 강세 예상...중고차 시장 개방도 시행
2023년. 내년에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다. 국내 산업계는 속속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는 여전하고 미·중 간 무역분쟁도 시름을 깊게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진행형이다. 산업계의 기업들에게는 악재의 연속이다. 내년 비상경영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산업계의 위기 속 기회 찾기는 어떻게 될 것인지 전망해본다.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내년 국내 완성차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난 완화 등 공급망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카플레이션(차+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내년에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과 함께 중국 시장의 성장 둔화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위험 요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적용 유예 여부에 따라 국내 시장의 수출 실적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공정에서 조립을 기다리는 차량들 [사진= 현대차그룹] |
◆ 국내 수요 '주춤'...수출은 IRA 유예 여부가 관건
20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3 자동차산업 전망'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의 둔화로 경기 민감성이 높은 자동차 시장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글로벌 주요 기관들은 내년도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평균 가격이 오르고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로 신규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공급난 완화와 출고 대기 물량(백오더)로 전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내수 시장은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자산 감소와 대출이자 부담으로 인한 실질 구매력 감소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실제로 신차 할부금리는 현대캐피탈 36개월 기준 지난 4월 2.7%에서 11월 5.9%로 2배 이상 올랐다.
특히 수입차 시장이 이런 소비 위축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2023년 자동차산업 전망'에 따르면 수입차는 올해 추정 등록대수 30만5000대에서 2023년 30만대로 1.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자동차 구매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라며 "돈이 있는 사람은 비싼 차를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구매를 포기하고 타던 차를 계속 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 분야에서는 IRA 유예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IRA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약 975만원)의 세금 공제 혜택을 지원받지 못한다. 이에 내년에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준공을 시작하는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완공되는 2025년까지 세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전기차를 판매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자동차연구원은 "전기차의 대미 수출 실적에 따라 국내 완성차업계의 글로벌 실적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며 "IRA 적용 유예를 받으면 감소 폭이 축소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4.2%로 큰 감소가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사진= 뉴스핌DB] |
◆ SUV·전기차·고급차 강세 계속...중고차 시장 개방도 기대
내년 완성차업계에는 경쟁력 있는 신차도 대거 출시된다. 특히 내년에도 SUV와 전기차 모델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기아는 내년에 대형 SUV 전기차 EV9을 출시한다. EV9는 지난해 LA오토쇼에서 첫 공개된 뒤 내년 4월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싼타페 5세대와 코나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며 소형 SUV 배뉴도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또한 아이오닉의 첫 번째 고성능 전기차인 아이오닉5 N도 출시가 예정돼 있다.
쌍용자동차 정상화를 견인하고 있는 토레스는 내년 전기차 모델 출시가 예정돼 있으며 한국지엠 역시 창원공장에서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를 내년 상반기 중 생산한다.
올해 수입 전기차 중 유일하게 2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폴스타는 내년에 전기차 SUV 폴스타3를 출시한다.
전기차와 SUV 강세는 부품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동차연구원은 "국내외 수요의 양극화로 대형차, 고급 브랜드, 전기차 생산은 증가하겠지만 중소형 이하 모델 생산은 급감해 국내 공장 가동률을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강세가 부품 업계에 경영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고금리를 동반한 세계 경기 침체 본격화에도 코로나19 기저 효과와 전기차, SUV, 고급차를 중심으로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고차 시장의 대대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중고차 시장이 내년 1월부터 대기업에 본격 개방되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1월 중순부터 인증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도록 준비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권고에 따라 오는 4월까지 매달 5000대 가량의 중고차를 시범적으로 판매한 뒤 5월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한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판매는 중고차 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리가 인상되면서 중고차 시장 자체도 얼어붙었는데 현대차와 기아는 현대캐피탈 등 할부금융 연계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성공적일 경우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차, 한국지엠의 중고차 시장 추가 진출도 이어질 수 있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고차 시장 개방은 아무래도 현대차와 기아라는 대규모 완성차업체만을 위한 면이 있다"며 "중견업체들은 향후 시장 상황을 보며 진출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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