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분양가에 예비 청약자 등 돌려
3분기 우발채무 11.09% 증가한 45조 1210억원
"중소형 증권사 부동산 PF 위기로 번져"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의 특별공급 평균 경쟁률 3.3대 1을 기록하는 등 예상치를 밑돌고, 일부 전형은 경쟁률이 1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장은 둔촌주공의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해당 사업의 주관사인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이 내달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 위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견본주택 모습.<서울= 윤창빈> |
◆KB‧한국투자증권, 내달 만기 PF 채권 7200억원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의 PF ABCP와 ABSTB의 만기는 내년 1월 19일이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의 ABCP와 ABSTB를 7231억원어치 차환 발행했다.
KB증권은 5423억원의 건설사들(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건설)의 사채 발행을 주관했고, 한국투자증권은 1800억원 규모의 HDC현대산업개발의 자금 조달을 맡았다. 금리는 최대 12% 안팎으로 기존 발행 금리(3.55~4.47%)보다 대폭 상승했다.
증권사들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했지만, 분양 성적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5일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특별공급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이 3.28 대1을 기록하며 예상보다 경쟁률이 낮았고, ▲다자녀 가구 전형(49㎡) ▲신혼부부 전형(39㎡) ▲노부모 부양 전형(39㎡) 등에선 미달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1순위 당해지역 청약 역시 3695가구 모집에 1만3647명이 신청, 평균 3.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10만 청약'이란 호언장담은 고사하고,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고려해 제시됐던 '3만~4만명 청약설'조차 무색한 수준이었다. 1순위 당해지역 청약에서 예비입주자 인원까지 채워 청약 접수를 종료한 주택형은 29㎡A, 59㎡D·E, 84㎡A·B 등 5개뿐이었다.
특히 금리 인상, 집값 하락기에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분양가가 다른 인근 신축 단지에 비해 높게 설정된 점도 미계약 발생 우려를 키우는 이유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829만원으로, 59㎡의 최종 분양가는 9억~10억원선이다. 전용 84㎡(34평) 기준 분양가는 12억3600만~13억2040만원으로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 청약 경쟁률이 시장 기대보다 낮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은 둔촌주공 주관사인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차환 만료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계약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 내달 만기가 도래하는 ABCP, ABSTB 차환 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PF 관련 ABCP 차환이 제때 되지 않으면 신용을 공여한 증권사가 이를 떠안아야 한다.
차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형 증권사들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3분기 국내 증권사 27곳의 우발채무 규모는 45조 1210억원으로 전년 동기(40억6161억원) 대비 약 11.09% 증가했다.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61.2%로, 전년(58.4%)보다 2.8%포인트(p) 늘었다.
우발채무는 현재 채무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불확실한 미래사건의 발생 여부에 따라 우발손실의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부채를 일컫는다. 통상 증권사 기업금융(IB) 부문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PF 채무보증이 증가하면 우발채무도 늘어나는 구조다.
문제는 내년도 부동산 PF의 위험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데 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냉각에 따른 증권사 유동성 위기설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어 닥침에 따라 일부 증권사들은 PF 부서 인원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나선 상태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PF ABCP 매입 등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 시장 정상화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2023년 초에도 다수의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 자금조달 어려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강원도 레고랜드발(發) 사태 이후 증권업계가 가장 많은 피해를 받고 있다"며 "특히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우량 국내 대형 증권사의 위기는 중소형 증권사 PF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