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 책임 지겠다"…조직 위해 '용퇴' 결심
'원(ONE) 신한' 완성 총력…리딩금융 탈환
'엉클(Uncle)조' 조용병 "가정으로 돌아간다"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40여 년간 몸담았던 조직을 곧 떠난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에 입행해 은행장을 거쳐 그룹 회장에 오를 때까지 신한금융 한 곳에 몸담은 정통 '신한맨'이다. 신한은행 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지주 회장에 오른 인물은 조 회장이 처음이다.
그만큼 조 회장의 신한금융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남달랐다. 그런 조 회장이 3연임을 코앞에 두고 '용퇴'를 결정했다. 조 회장의 갑작스런 용퇴 소식에 신한금융 내부에선 술렁거렸고 "금융권 CEO 인사의 최대 이변"이라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왔다. 신한금융 내부는 물론 금융권에서 그 누구도 조 회장의 3연임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사퇴 이유로 지난 6년간 신한금융을 이끈 수장으로서의 '총괄 책임'과 '세대교체'를 들었다.
조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로 고객들이 피해를 많이 본 것이 가장 아프다. 직원들도 징계를 많이 받았고 직접 (계열사) CEO 사표도 받았다. 개인적으로 제재심에서 (사모펀드 관련) 주의를 받았지만 누군가는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에 변화를 주는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3연임을) 할 수 있는데 더 하지 않고 나가는 것과 할 수 없이 나가는 것은 다르지 않냐, 자존심 문제"라고도 했다.
일각에선 정부 외압설 등 추측이 난무한데, 설사 정부의 스탠스를 고려했다 하더라도 조 회장의 선택은 신한 조직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린 결단으로 해석된다. 조 회장은 용퇴 결정 이후 "직원들이 인정하는 건 행원으로 입행해서 최초의 행원 출신 은행장이고 회장이라는 점이다. 전문경영인이기 때문에 차기, 차차기(회장)까지 보면서 인사를 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신한금융 내외부에서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신한금융 본사에서 그룹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2022년 신한경영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신한금융] |
조 회장은 지난 6년간 신한금융 수장으로 '원(ONE) 신한' 완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원신한은 모든 계열사가 하나의 기업처럼 움직인다는 개념으로, 계열사 구분에서 벗어난 협력을 통해 사업분야별 경쟁력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조 회장의 핵심 전략이다. 신한금융이 리딩금융을 탈환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도 조 회장의 원신한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 회장은 취임 이후 신한금융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종합 금융 포트폴리오' 완성으로 설정하고 인수합병을 단행해 왔다. 신한AI·신한라이프·신한자산운용·신한EZ손해보험 출범이 조 회장의 손을 거칠만큼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완성을 주도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한금융은 올해 리딩금융 타이틀을 달고 금융지주로서는 처음으로 '5조 클럽' 입성도 눈앞에 두고 있다.
조 회장은 1957년생으로 대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인사부장·기획부장과 강남종합금융센터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뉴욕지점장·글로벌사업그룹 전무를 지내며 국제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경영지원그룹 전무, 리테일부문장 겸 영업추진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2013년에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에 올랐다. 2015년 신한은행장으로 복귀한 뒤 2017년부터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맡아왔다.
조 회장은 옆집 삼촌처럼 친근하게 직원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사발로 폭탄주를 돌려 마시는 등 특유의 친화력으로 '엉클(Uncle)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조 회장은 내년 3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계획에 대해 "한 40년 정도 달려오다 보니 가정에 소홀했다. 가정으로 돌아가서 평범한 남편으로서, 또 아버지로서, 그리고 손주가 있는데 할아버지로서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3연임을 내려놓은 '40년 신한맨' 조 회장의 최종 종착지는 '가정'이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