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나노서 자신감 없는 모습 보여온 삼성전자, 안정적 수율 확보한 듯
"엔비디아·퀄컴·구글·테슬라 등 고객사 움직일 가능성 높아"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삼성전자가 TSMC가 전량 생산할 예정이던 퀄컴의 차세대 플래그십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 2세대' 칩 물량의 일부를 생산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이번 생산을 계기로 타 고객사를 더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퀄컴 물량 일부 생산 맡은 삼성전자, 5나노 이하 안정적 수율 확보했을 가능성 높아
퀄컴 [사진= 로이터 뉴스핌] |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에 탑재될 퀄컴의 AP 스냅드래곤8 2세대 커스텀 버전의 생산을 삼성전자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퀄컴은 이전 모델 스냅드래곤8 1세대 생산을 삼성전자에게 맡겼지만 이후 버전인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스냅드래곤8 2세대 등의 생산을 TSMC에 위탁한 바 있다.
퀄컴이 스냅드래곤8 1세대 이후 물량을 TSMC로 넘긴 것은 삼성이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이용해 생산한 스냅드래곤8 1세대의 수율 문제 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경을 감안했을 때, 퀄컴이 스냅드래곤8 2세대 생산에서 다시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택한 것은 삼전자가 5나노미터(㎚) 이하 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 확보에 성공했다는 얘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삼성은 그간 3나노와 달리 4·5나노 공정에선 비교적 자신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앞서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15일 사업설명회에서 "5와 4나노에서 TSMC에 뒤처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차기 공정인 3나노 공정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5나노 이하 공정에 자신감 붙은 삼성전자, TSMC 누를 가능성도
TSMC 본사 [사진=블룸버그] |
이후 삼성전자는 4·5나노 공정에서 발생하는 수율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고, 이번 퀄컴 물량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분기보고서에서 "4나노 2세대 제품의 안정적인 개발 수율과 5나노 제품의 성숙 수율을 확보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4·5나노 수율 안정화 및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양산 선점 등 기술력과 지속적인 수요 확보, 가격 정책을 통해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주력 공정인 3나노 공정을 등에 업고 4, 5나노 공정의 안정화에 성공하며 고객사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며 TSMC와의 쟁쟁한 대결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도 꾸준히 5나노 이하 공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왔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들은 스냅드래곤8 2세대 생산 소식이 발표되기 전 "수율 관련해 여기저기 떠도는 얘기가 많지만 5나노 이하에선 어느 정도 수율을 잡은 상황"이라고 언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수율 등 5나노 이하 공정에 자신감을 갖게 된 만큼, 이 기세를 몰아 5나노 이하 공정 전반에서 TSMC를 누르고 1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가 3나노부터 5나노까지의 공정에서는 TSMC를 이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애플이 물량을 삼성에 밀어줄지에 대해선 정치적 결정이라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엔비디아, 퀄컴, 구글, 테슬라 등 고객사들이 삼성 쪽으로 넘어올 수 있다고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catch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