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내년 1월 7일까지 45일간의 대장정을 이어간다. 약 한달 전 발생한 참사는 국정조사에서 법무부를 제외하느냐 마느냐의 여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 대치 형국을 낳았다는 것 정도만을 뇌리에 각인시켰다. 여의도의 시간은 계속해 '사고 후'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말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얼마 안 돼 봉화 광산 매몰 광부가 생환하는 '봉화의 기적'이 있었다. 생중계로 지켜보던 모 뉴스 채널에선 이태원 참사에서 급히 봉화 현장으로 화면을 전환하면서 '오랜만에 기쁜 소식'이라는 멘트도 내보냈다.
정치부 김은지 기자 |
세월호 침몰, 이태원 압사 참사의 충격이 국민에게 크게 다가왔던 만큼, '기적'이나 '생환'과 같은 단어는 아주 오랜만에 어떤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안도를 느낌과 동시에, 한편에선 생경한 마음도 올라왔다.생환 광부 박씨가 베테랑인 만큼, 매몰 광부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던 가족과 주변인들의 믿음은 그저 '희망을 바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아닐까'라던, 제 3자들의 인식이 분명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봉화의 기적을 일군 이들은 당연히 영웅이란 수식어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봉화의 '기적'은 기적이 아니라 '일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많이 이들이 잊고 있는 것과 같이도 느껴졌다.
이날 역시 정가 곳곳에서 이태원 참사의 책임론이 어디로까지 향할지에 '여전히' 초점이 몰려있다. 물론 사고 원인은 철저히 규명돼야 하지만, 더 이상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도 더 많은 비중을 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포상과 관련해 '사고가 발생한 뒤 수습'에 따른 성과가 아닌, '무사고'에 대한 것을 더욱 우대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감대는 사회 전반에서 여전히 형성되기가 힘든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 누군가가 무탈하게 보낸 일상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각고의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선 논외 시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제언 역시 그냥 듣고 흘려버릴 하나의 것으로 치부하는 분위기 역시 팽배하다.
최근 주위에서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는 하인리히 법칙이기도 하다. 유사한 작은 사고, 사전 징후 이후 더 큰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언제나 염두에 둬야 한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단어의 언급 빈도가 높아지는 만큼 '사전'에 어떤 것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경각심이 고조돼야만 한다.
끝으로 봉화의 기적 광부들이 감동의 생환 스토리를 써 내려간 '특정 시기의 일회성 영웅'으로 각인됐다 잊혀지는 존재가 아니길 바란다. 이 같은 영웅은 특정 시기에 반짝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과 도처에 그리고 어떤 일이 발생하기 '전'부터 자리매김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 수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고 말이다.
이태원 참사는 어떤 사고를 막기 위한 '사전' 조치의 중요성을 더욱 시킬 계기가 돼야 한다. 사고 방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력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기류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두번, 세번 이런 참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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