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아동 포르노' 법원 서류도
뒤늦은 사과에 여론은 '싸늘'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Balenciaga)가 내년 신상품 라인을 홍보하는 연말 광고 캠페인에서 아동을 성적대상화 했다는 논란이 일자 초반에는 '디자이너의 작품 방향성'을 두둔하더니 결국 공식 사과하고 광고도 내렸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발렌시아가는 홈페이지에 전면 게재한 광고 캠페인에서 신상품인 곰인형 가방을 안고 있는 어린이와 가방 끈을 잡고 서있는 어린이 화보를 공개했다.
문제는 그냥 곰인형 가방이 아니었단 점이다. 곰인형은 가죽 하네스로 묶여 있고 자물쇠도 채워졌다. 마치 가학적인 성적 행위(BDSM)에서 속박(bondage) 행위를 연상케 하는 의상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광고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아동 포르노에 대한 미 연방 대법원의 판례 문서도 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미국의 반(反)낙태 운동가 릴리 로즈는 트위터에 "극도로 역겹다. 발렌시아가는 신체를 결박하는 의상의 곰인형과 이를 안고 있는 유아, 아동 포르노에 대한 판례 문건을 광고에 내세운다. 이는 범죄이고 역겹다. 아동 성적화는 반드시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라고 비난했다.
'아동 성적대상화' 논란을 일으킨 발렌시아가의 신상품 광고 캠페인. 왼쪽에는 신체 결속 의상의 곰인형 가방을 들고 있는 아이가 서있다. 오른쪽 사진은 다른 광고사진 속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 사이에서 포착된 법원의 아동 포르노 판례 문건. [사진=트위터] |
구독자 163만명의 유튜버 '슈온헤드'는 "광고 속 서류더미 사이에 아동 포르노에 대한 법원 문건을 엉성하게 숨겨놨다. 매우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발렌시아가는 지난주 언론 배포자료를 통해 "광고 캠페인은 디자이너의 '토이 스토리' 콜렉션에 영감을 얻은 것이다. 콜렉션의 내러티브는 사람들이 수집하고 선물받는 물건들에 대한 탐구"라고 설명했을 뿐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러자 슈퍼모델 벨라 하디드가 최근 발렌시아가와 작업한 화보를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서 삭제하는 등 불매운동 조짐이 일자 발렌시아가는 2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불쾌감을 느꼈을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우리의 곰인형 가방 광고에 아이를 포함해선 안 됐다. 우리는 공식 홈페이지 등 모든 플랫폼에서 즉각 광고를 내렸다"고 전했다.
회사의 '뒤늦은' 사과에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트위터에는 "절대 사과를 받아줘선 안 된다" "아동 성적대상화를 공개적으로 홍보했던 변태 회사" "당신네들은 죄송해서 사과한 게 아니다. 걸려서 사과하는 거다" 등 비난글이 쇄도했다.
최근 반(反)유대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힙합 가수 예(Ye) 웨스트와 협업 중단을 선언하고 일론 머스크의 인수 후 트위터 계정을 삭제하는 등 발렌시아가는 사회적 이슈에 공개적인 윤리적 행보를 해오던 회사다. 그런 회사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면서 이중적이라는 비판도 따른다.
발렌시아가 운동화. [사진= CNN] |
명품 업계에서 발렌시아가는 '논란이 끊이질 않는 회사'란 꼬리표가 붙는다. 지난 5월 발렌시아가는 한 눈에 봐도 다 망가진 운동화를 비싼 가격에 내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100켤레 한정판인 '엑스트라 디스트로이드'(extra destroyed·더 망가진) 운동화를 1850달러(약 247만원)에 출시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화한 것이란 비난이 뒤따랐다.
지난 2017년에는 스웨덴의 가구 전문 매장 이케아의 장바구니를 연상케 하는 엉성한 가방을 2145달러(287만원) 가격표를 달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케아의 파란 장바구니 가방의 당시 판매 가격은 1달러도 안 됐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