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우주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6월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성공했고, 지난 8월 쏘아올린 달 궤도선 '다누리호'는 우주에서 영상과 사진, 문자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우주에 관한 높아진 관심과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 경제관료 출신 이철환씨가 최근 출간한 <우주패권의 시대,4차원의 우주이야기>중 일부를 저자와 협의해 칼럼 형식으로 게재합니다]
우주 강국을 향한 꿈을 담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022년 6월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날아올랐다. 이어 오후 5시 12분쯤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을 공식화했다.
누리호는 2018년 11월 엔진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발사체 발사가 성공적으로 수행된 이후, 2021년 3월에는 1단에 탑재되는 300t급 엔진의 연소시험에 성공했다. 2021년 10월에는 공식적인 1차 발사가 이루어졌지만, 3단 로켓엔진이 조기 연소 종료되면서 실패의 아픔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딛고 8개월 후에는 마침내 성공을 거둠으로써 대망의 7대 우주 강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3단 로켓으로 구성된 누리호는 이날 오후 4시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127초 뒤 고도 59㎞에서 1단이 분리되었다. 233초 뒤 고도 191㎞에서 위성 등 발사체 탑재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페어링이, 274초 뒤 고도 258㎞에서는 2단이 떨어져 나갔다. 897초 후 고도 700㎞에 도달한 누리호는 3단 엔진이 꺼지며 성능검증위성을 성공적으로 분리시켰다. 이후 967초에는 위성모사체까지 무사히 분리되면서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목표 고도인 700㎞에 성공적으로 도달한 누리호는 성능검증위성을 적정 속도로 궤도에 밀어내는 후속 과정도 성공적으로 이행했다. 누리호는 목표 고도에 도달하는 순간을 기점으로 3단 엔진이 정지된다. 5초 뒤에는 발사체에서 위성이 잘 분리되었는지, 위성을 궤도로 밀어내는 속도는 목표한 대로 나왔는지 등을 3단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알 수 있게 설계되었다. 위성은 초속 7.5㎞의 속도로 목표 궤도의 오차 범위 내에 안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누리호는 발사 후 42여 분이 흐른 뒤 남극 세종기지와 첫 지상국 교신에도 성공했다. 이 교신에서 위성은 위성항법장치(GPS) 데이터를 송신했고 이를 받은 연구진은 위성이 제 궤도에 잘 안착했는지를 재차 확인했다. 위성은 이후 1주일간 메인 지상국인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지상국과 통신을 이어가면서 궤도 안착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받았다.
'누리호'는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탑재 중량 1.5톤(t), 총중량 200톤, 길이 47.2m의 3단형 로켓이다. 2010년 3월부터 지상 600~800km 지구저궤도 및 태양동기궤도에 1.5t 실용위성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성능을 완성하기 위해 개발이 추진되었다. 이 누리호에는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75t급 액체엔진, 대형 산화제 탱크, 초고온 가스가 흐르는 배관, 발사대 등 핵심 영역이 모두 순수 국내기술의 성과이기 때문이다.
순수 국산기술 발사체 누리호의 개발 과정은 나로호 개발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나로호 첫 발사에서의 페어링 분리 실패, 2010년 1단 비행 구간에서의 폭발사고를 극복하고, 2013년 어렵사리 세 번째 시도 끝에 발사에 성공했다.
나로호는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어렵게 성립된 한러 협력을 통해, 러시아의 1단 액체로켓과 우리의 2단 고체로켓을 결합하는 형태로 개발했다. 이처럼 우주발사체의 가장 중요한 1단 엔진이 러시아제였기 때문에 한국의 우주발사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누리호는 1단 액체엔진을 비롯한 모든 부품이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됐다. 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쏘아 올리고 우주탐사를 실현할 수 있는 진정한 우주자립을 이루게 된 것이다.
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을 거두기는 했으나, 이에는 1차 발사 실패라는 뼈아픈 경험도 겪어야만 했다. 2021년 10월 21일 첫 발사 당시, 누리호는 목표 고도 700km 도달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3단 로켓엔진의 속도가 초속 6.5km로, 목표 궤도속도인 7.5km/초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이는 3단의 7t 엔진이 예상 시간보다 일찍 연소를 종료했기 때문이다.
또 1차 발사 때는 기능이 없는 1.5t의 위성모사체 (dummy 위성)만 탑재했지만, 2차 발사에서는 실제 위성을 실었다는 점이 큰 차이다. 2차 발사 때 누리호가 우주로 쏘아 올린 위성은 위성모사체와 함께 성능검증위성, 4기의 큐브위성까지 모두 3종류다.
가로와 세로 약 1m, 무게 약 162.5kg의 성능검증위성은 2년간 지구궤도를 돌며 임무를 수행한다. 첫 번째 임무는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 위성을 투입했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성능검증위성에는 GPS 수신기가 달려있어 정확한 궤도 계산이 가능하다. 누리호 발사 후 42분경, 성능검증위성과 남극 세종기지의 첫 교신이 이루어짐으로써 성공적인 발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발사 이튿날인 22일 오전 3시경, 성능검증위성과 대전 지상국 간 양방향 교신까지 이루어짐에 따라 누리호의 위성궤도 투입 성능은 완전하게 확인되었다.
궤도투입 성능검증을 마무리 지은 후에는 우리 기술진이 자체 개발한 우주 핵심기술을 담은 부품들의 성능을 약 2년 동안 700km 상공의 우주 공간에서 실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성능검증위성에는 총 5개의 탑재체와 큐브위성 4기가 탑재되었다. 큐브위성 제작에는 조선대와 서울대, 연세대, KAIST가 참여했으며 우주 전문인력 양성의 일환으로 지난 2년간 설계부터 제작까지 각 대학의 학생들이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했다. 더미 위성과 4개의 큐브위성을 모두 사출한 이후 성능검증위성은 2년의 남은 임무기간 동안 위성에 탑재된 부품인 탑재체가 우주 공간 내에서 잘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누리호 발사의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첨단 과학기술 발전의 실상을 전 세계에 입증하였다. 아울러 국제우주정거장이나 화성· 소행성 탐사 등 국제 우주개발 협력에서도 한국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게 되었다. 한마디로 명실공히 세계 7대 우주강국 진입에 성큼 다가서게 된 것이다. 그러면 누리호 발사 성공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첫째, 무엇보다도 해외 기술력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발사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우주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발사체 개발기술은 국가 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다. 누리호는 설계와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이 국내기술로 진행되었다. 지난 2010년 3월부터 1조 9,572억 원을 들여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은 중대형 액체로켓엔진· 대형추진체· 발사대 등 발사체 관련 핵심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발사체 기술은 군사 기술에 직결되기 때문에 선진국 견제가 매우 심한 편이다. 그러기에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은 한층 더 값지다. 로켓은 극저온과 초고온을 동시에 제어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누리호는 75t급 액체엔진 4개를 묶은 1단, 75t급 액체엔진 1개로 이뤄진 2단, 7t급 액체엔진 1개인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1~3단 로켓 모두 우리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발사체다.
특히, 이 가운데 1단 로켓의 경우 가장 큰 추력을 내어야 하기에 한 개의 엔진만 사용하는 2단 및 3단과는 달리 75t급 액체엔진 4개가 묶여 있다. 이 기술은 엔진 4개가 동시에 점화되고 출력과 성능이 거의 같아야 발사체를 제어할 수 있기에 실현이 매우 어렵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우주 발사체다. 이번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중대형 액체로켓엔진을 개발해 보유한 나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는 러시아(1957년), 미국(1958년), 유럽(프랑스 등 1965년), 중국과 일본(1970년), 인도(1980년), 이스라엘(1988년), 이란(2009년), 북한(2012년) 등 11개국이다. 그러나 이 중 이스라엘과 이란, 북한은 300㎏ 이하 위성의 발사능력만 갖추었을 뿐이다.
이와 함께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우주발사체 엔진개발 설비를 구축하고 대형 추진제 탱크 제작 기술과 발사대 구축 기술을 확보한 점도 의미가 있다. 이번 발사가 이뤄진 제2 발사대도 순수 국내기술로 구축했다. 제1 발사대는 나로호 개발 당시 러시아로부터 기본 도면을 입수한 후 국산화 과정을 거쳐 개발된 발사대였다. 이외에 초경량 대형 추진제 탱크와 초저온을 견디는 배관, 엔진 4기의 정확한 정렬과 균일한 추진력을 위한 클러스터링 기술 등도 국내 연구로 개발되었다.
둘째, 누리호 발사 성공을 통해 이제 우리도 민간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어나가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누리호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37만 개로 일반 자동차 약 2만 개, 항공기 20만 개에 들어가는 부품 개수를 크게 웃돈다. 이에 따라 2010년 개발이 시작된 누리호 사업에는 국내 300여 개의 기업이 참여했다. 특히, 로켓엔진과 총조립 등 핵심기술은 민간기업 주도로 이뤄졌다. 그 결과 총사업비 1조 9,572억 원의 77%인 약 1조 5,000억 원 규모가 산업체를 통해 집행된 것이다.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총조립과 1단 추진제 탱크 개발을 맡았다.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 및 엔진부품인 터보펌프, 밸브류 제작과 함께 엔진 전체 조립까지 담당했다. 현대중공업은 45m 규모의 한국형발사체 발사대 건립을 총괄했고, 현대로템은 연소시험과 유지 보수를 맡았다. 이밖에도 한국화이바, 덕산넵코엇, 단암시스템즈, 기가알에프, 스페이스솔루션, 두원중공업, 이앤이 등이 각각 역할을 분담해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을 이끌었다.
그러나 누리호 발사가 성공했지만, 우주산업을 우리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따라서 상용화, 산업화까지 이뤄야 진짜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민간 중심의 우주개발을 가속해 나가야만 한다.
셋째, 누리호 발사의 성공은 우리 국방력 강화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다른 나라에 공개하기 힘든 군사위성을 언제든 우리 힘으로 발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현재 위성 발사 대행을 하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등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에는 우리 위성 발사를 맡길 수 없다. 우리 위성에는 미국 기술들이 들어가 있어 미국이 우주기술 수출을 금지한 중국과 인도에서는 발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주 발사체 기술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도 주목된다. 누리호는 ICBM과 추진 방식, 구조, 단 분리, 유도항법제어 등 대부분 기술이 일치한다. 발사 후 지상으로부터 200㎞의 대기권을 넘어간 후 목표 궤도에 진입해 인공위성을 분리하느냐, 아니면 1,000㎞의 고도까지 계속 상승했다가 지구 중력에 의해 낙하해 지상을 공격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결과 발사체 끝에 위성을 실으면 우주 발사체, 탄두를 탑재하면 미사일이라고 불린다.
한편, 정부는 1, 2차 발사 경험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2027년까지 누리호를 반복 발사하면서 한국형 발사체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신뢰성을 확보해나갈 예정이다. 반복 발사로 발사체 신뢰성을 강화하고 기술력을 고도화해 우주개발 독립 시대의 문을 더 활짝 연다는 목표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발사체 기술력을 민간으로 이전해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 견인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비전이다.
이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와 동일한 성능의 기체를 2027년까지 4번 더 발사할 예정이다. 2023년과 2024년, 2026년, 2027년에 쏠 예정인데, 모두 위성을 실을 계획이다. 2차 발사의 성공으로 '누리호 개발사업'의 주요 과정은 끝났지만, 기술 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반복적인 발사에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사체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면서 체계적으로 발사체 종합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우주발사체는 날이 갈수록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NASA는 2014년부터 230억 달러를 들여 '차세대 대형 우주발사체 SLS(Space Launch System)'를 개발하였다. 높이 98.1m의 인류 역사상 최강의 발사체로, 추력이 4,000t에 달한다. 아폴로 탐사선을 보낸 '새턴 5'보다 높이는 12m 낮지만, 추력은 15% 더 강해졌다. 이 발사체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일환인 유인 달 탐사선 오리온(Orion)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그리고 우주굴기(宇宙?起)를 내세우고 우주패권 경쟁에 뛰어든 중국도 저궤도에 140t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초대형 발사체 '창정(長征) 9호'를 개발 중이다.
또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Falcon Heavy)'는 '팰컨 9(Falcon 9)'을 잇는 대형 발사체로 저궤도에 64t, 정지궤도에 27t의 인공위성을 투입할 수 있을 만큼 고성능이다. 아울러 스페이스X는 완전한 재사용이 가능하고 100t 이상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 발사 시스템(Starship Launch System)'을 개발 중이다. 이는 다목적 초대형 우주발사체로, 단기적으로는 팰컨 9과 팰컨 헤비를 대체하며 달과 화성 탐사, 그리고 장차 먼 미래의 행성 간 탐사계획까지 고려해 설계된 발사체이자 우주선이다.
이러한 세계추세에 뒤처지지 않도록 우리 정부 또한 누리호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발사체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즉 누리호 후속 사업으로 2023년부터 2031년까지 1조 9,330억 원을 투입하여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발사체 규모는 100t급 엔진 5기와 10t 엔진 2기가 탑재된 2단 발사체이다. 제작하고 있는 누리호 3호기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의 1호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누리호와 차세대 발사체 최대 적재량을 비교해 보면 지구저궤도까지 보낸다고 가정했을 때 누리호는 최대 3.3t밖에 싣지 못하지만, 차세대 발사체로는 10t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이 경우 우주관광, 대형 화물수송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달로 가는 궤도에는 1.8t, 화성으로 가는 궤도에는 1t 중량의 물체를 띄워 보낼 수 있다. 지구궤도를 벗어나 먼 우주로 특정 물체를 보낼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발사체가 완성되면 2030년대 달에 착륙선을 보낼 때 쓰일 예정이다.
차세대 발사체는 누리호와 외형도 다르다. 현재 누리호는 3단이지만, 차세대 발사체는 2단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차세대 발사체가 힘은 더 세다. 발사체를 지구에서 밀어 올릴 때 핵심 역할을 하는 1단 엔진을 따져 보면 누리호 1단은 75t급 엔진 4기를 묶어 300t의 추력을 만든다. 차세대 발사체는 100t급 엔진 5기로 500t을 만든다. 특히, 차세대 발사체에는 '다단연소 사이클'이란 추진력 발생 방식이 적용된다. 다단연소 사이클은 로켓엔진에서 나온 배출가스를 다시 태워 연소 효율을 약 10% 높이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같은 양의 연료로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