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10만대 넘어섰지만 지속성 의문
소비자 선택지 늘리고 가격 경쟁력 확보해야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국내 경차 시장이 오랜만에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현대자동차의 캐스퍼를 앞세워 3년 만에 경차 판매 10만대를 넘어선 것이다. 캐스퍼는 지난 10월까지 3만8920대가 판매되면서 경쟁 모델들을 앞섰다. 월간 판매량이 4000대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올해 4만5000대 돌파는 확실시 된다. 가히 '캐스퍼 효과'라고 할 만하다.
캐스퍼의 흥행은 출시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 국내 최초의 경형 SUV라는 장점을 살려 사전계약 첫날부터 1만8940대로 당시 현대차 내연기관차 얼리버드 예약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정승원 산업부 기자 |
캐스퍼의 인기는 상품성이 뛰어난 경차에 대한 수요를 증명했다. SUV를 선호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경차도 베스트셀링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경쟁 모델인 기아의 박스카 레이도 마찬가지다. 레이는 경차임에도 넉넉한 실내 공간을 바탕으로 지난 10월까지 3만6000대 이상 판매됐다. 경차 중에서는 캐스퍼 다음 가는 판매량으로 함께 경차 10만대 달성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앞으로 경차 10만대 판매가 계속 유지될지는 의문이 생긴다. 우선 올해의 경차 10만대 달성은 아무래도 캐스퍼 신차 효과가 있었다. 캐스퍼는 출시 13개월 만에 누적 판매 5만대를 돌파했다. 이제 도로에서도 캐스퍼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차 효과가 사라진다면 이러한 수요가 계속해서 받쳐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경차 흥행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는 이유는 그 상품성에도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경차 시장은 오랫동안 기아 모닝과 레이, 한국지엠 스파크가 이끌어왔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현대차의 캐스퍼가 추가됐다.
캐스퍼의 추가로 경차 모델이 4개가 됐지만 내년에는 다시 3개 모델로 줄어든다. 과거 대우 마티즈 시절부터 국내 경차를 대표해온 스파크 생산이 중단되면서 단종되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생산되는 경차는 3개 모델밖에 없는 셈인데 경차만 40종류가 넘는 일본의 10분의 1 수준도 되지 않는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지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가격 경쟁력도 문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함께 완성차업계에도 차 가격이 인상되는 카플레이션(차+인플레이션) 바람이 불고 있다. 원자재가 인상으로 업체들은 연식 변경과 기본 적용 편의 사양 확대 등의 이유로 이전 모델 대비 300만원 이상 인상된 모델들을 내놓고 있다.
장기적으로 경차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국내 경차들은 상위 세그먼트(차급)와 일부 가격이 겹칠 정도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당장은 20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라고 해도 상품성을 바탕으로 캐스퍼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나중에 간다면 결국 비싼 가격에 카플레이션까지 더 해지면서 더 이상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내년 이후로 출시되는 전기차 경차는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당장 기아는 내년에 레이 전기차를, 현대차는 2024년에 캐스퍼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기존 전기차처럼 내연기관과 비교해 가격이 크게 비싸면 안 된다. 전기차라고 해도 경차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주행거리가 짧더라도 1000만원 초반대에 출시돼야 전기차 경차가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캐스퍼 사려다 풀옵션이 아반떼 깡통이랑 가격이 겹쳐서 결국 아반떼 샀다"는 말은 경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웃을 수만은 없는 말이다. 오랜만에 맞이한 경차 10만대 시대에 결국 고객을 붙잡는 것은 상품성은 물론 다양한 상품과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는 기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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