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산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가속화되면서 K팝을 필두로 한 엔터 업계도 이같은 흐름에 합류했다. SM, YG, JYP 등 주요 상장 엔터사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개하고 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 대표 상장사들, 앞다퉈 ESG 경영보고서 발간…'K팝 선발대' 앞장
지난 11일 그룹 NCT, 에스파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는 '2021 SM엔터테인먼트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엔 SM이 지난해부터 진행한 지속가능경영 활동 성과 및 경영 전략 체계, 앞으로의 계획 등을 상세히 담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사진=SM엔터테인먼트] 2022.09.16 alice09@newspim.com |
이 보고서를 통해 SM은 "우리의 지속가능경영 목적은 'CT(Culture Technology, 컬처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최고의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환경·사회·고객가치 분야의 9개 핵심 영역을 선정했다.
SM은 환경 분야에서 2025년까지 환경경영시스템(EMS) 확립, 온실가스 감축, 자원 절약 및 폐기물 감축, 생태계 보호 활동 강화를, 사회 분야로 구성원이 일하기 좋은 일터, 파트너와의 상생 협력, 긍정적이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 확대를 약속했다.
이어 고객가치 분야로는 질 높은 문화 콘텐츠 제공을 통한 사회공동체·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 확산, SM의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재창조 활동과 P2C(Play 2 Create) 생태계 구축을 언급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
이성수 SM 대표는 "SM은 지난 27년간 음악과 문화로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첫 번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통해 사회공동체와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는 더 나은 기업이 되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탁영준 SM도 "SM은 앞으로 환경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며, 고객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지속가능성을 내재화하겠다"고 전했다.
빅뱅, 블랙핑크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도 ESG 경영 실천을 위한 ESG 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속가능경영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사회를 통해 결의된 ESG위원회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이해와 법률,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ESG 관련 전반의 활동에 대해 의결하고 방향성을 설정한다.
아울러 YG는 경영 활동 전반에 ESG를 적용하기 위해 ESG실무협의체도 구성했다. ESG실무협의체는 ESG 경영 추진을 위한 전사 차원의 체계 마련을 위해 실무부서 구성원들로 이루어졌으며 전담 사업에 대해 ESG세부 과제를 도출하고 실행하게 된다. YG는 사회공헌 캠페인 'YG 위드(WITH)'를 리뉴얼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 역할도 약속했다.
JYP의 박진영 프로듀셔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앞서 JYP엔터테인먼트는 올해 8월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중 첫 주자로 ESG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 ESG 관련 사항을 담은 보고서에서 JYP는 환경 영역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 RE100'을 이행했고, 환경 프로젝트 '버나드의 친환친구' 콘텐츠 등을 제작했다.
사회적 영역과 지배 구조 영역에서도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힘 쓴다. JYP는 인성과 실력 기반의 트레이닝 시스템을 구축해 아이돌을 육성하고 임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파트너와의 동반성장 지원 체계 수립 등을 사회적 영역 수행 과제를 언급했다.
지배 구조 영역에서는 이사회 내 여성 이사 비율 25%, 사외이사 비율 50%로 상향을 통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했다. 이사회 내 감사·ESG·보상 위원회 신규 설치 등 투명성을 높인 시도도 명시됐다.
JYP 창립자이자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은 당시 유튜브를 통해 "앞으로도 사람, 사회, 지구의 변화를 계속 만들어내고 이를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 하이브도 ESG 경영 준비…제이홉·블랙핑크 등 '친환경 앨범' 기본값 될까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도 ESG 경영을 본격 준비 중이이다. 하이브는 지난 8월 열린 실적 컨러런스콜을 통해 이사회 내 ESG 위원회 설치를 밝히며 "환경,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며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을 위한 가치를 창출해 나갈 예정"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아울러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환경 경영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사진=빅히트뮤직] |
K팝의 전 세계적인 인기와 함께 한류의 최전선에 선 상장 엔터사들의 ESG 경영 합류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K팝 팬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가속화됐다. 2019년 1555만 장 수준이었던 K팝 앨범 판매량이 2022년 3983만 장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앨범에 리염화비닐(PVC)이 사용되지 않은 친환경 앨범 패키지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SM이나 YG 같은 업계 선도주자들 외에도 K팝 시장에 이미 ESG 바람은 불어온 셈이다.
하이브는 지난 7월 발매된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솔로 앨범을 실물 CD 대신 QR 코드로 인식하고 앱으로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 앨범'으로 발매했다. 이 역시 ESG 정책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으로, 불필요한 포정과 CD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SM에서는 NCT 드림의 정규 2집 앨범을 친환경적인 콩기름 잉크,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의 인증을 받은 종이를 사용해 제작했다. 지난해엔 청하와 송민호 등 K팝 뮤지션들이 앞장서서 친환경적인 소재를 활용해 앨범을 제작했다. IST엔터테인먼트의 보이 그룹 빅톤은 포토카드만 동봉된 CD가 없는 앨범인 '플랫폼 앨범'을 선제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
올해 블랙핑크도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를 FSC 인증을 받은 용지와 저탄소 친환경 용지 및 콩기름 잉크, 환경보호 코팅으로 제작했음을 알렸다. 키트 앨범에도 생분해 플라스틱(PLA)이 사용됐으며 포장 비닐·봉투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를 활용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팝이 글로벌화 되면서 ESG 경영은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환경문제에 민감한 MZ세대가 주 소비층이라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 선도주자들이 ESG 경영에 나선 만큼 K팝 시장 전반에 이같은 경향이 확대될 것"이라며 "이미 K팝의 소비층은 글로벌 팬덤과 업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지속 가능한 K팝을 향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