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하원의장 유력...매카시 "백지수표 없다"
"동전 한 닢도 없다" 극우 하원의원, 재선 성공
'부채 천장' 낮춰 바이든 정부와 협상할 가능성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11일(현지시간) 나흘째 진행 중인 가운데 공화당이 4년 만에 하원을 탈환할 전망이다. 상원 탈환 여부는 다음달 6일 조지아주 결선투표로 판가름 날 전망이어서 아직 모르는 상황이다.
공화당의 하원 탈환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하원의장 될 매카시 "백지수표 없다"...우크라는 '충격'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가 낸시 펠로시를 밀어내고, 미 권력 서열 3위인 차기 하원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케빈 매카시 미국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원의장은 원내 상임위원회를 배정하고 의회 내 어젠다를 설정하며 의사봉을 든 결정권자인 만큼 매카시의 대외 정책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전통적 보수주의자에 친(親) 도널드 트럼프 인사로 통한다. 야당인 공화당의 수장으로써 그는 하원을 조 바이든 행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이끌 전망이다.
매카시는 지난달 18일 "우리 국민이 경기침체에 처할 것 같다"며 "백지수표는 무료가 아니다"라고 발언,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우크라 추가 지원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바를 시사했다.
미국은 단언코 우크라의 최대 군사 지원국이다. 독일 킬(Kiel)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쟁 개시 이래 미국이 우크라에 제공한 군사적 지원 규모는 276억4500만유로(약 37조2400억원)로, 지원 2위국인 영국의 37억4000만유로(5조2000억원)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차이다.
공화당도 우크라에 지원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지원 규모에 제한을 둘 것으로 보인다. 매카시는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에서 돌보지 않는 일들이 있다. 남부 국경 이민자 문제가 이 중 하나인데, 우크라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우크라가 행정부가 하는 유일한 일이 되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조지아주 공중파 방송 토론행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 202.10.16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특히 공화당 내 극우 성향 인사들은 선거 운동 기간에 정부의 무조건적인 우크라 지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충신'으로 통하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 14지구)은 "이제 1센트 동전 한닢도 우크라에 갈 일이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우리 남부 국경이 아닌 우크라 국경만 신경 쓴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테일러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과반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우크라 집권여당 대표인 데이비드 아라카미아는 매카시의 발언을 듣고 "충격받았다"고 지난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알렸다. 그는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우리의 의회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매카시와 만났다. 당시에 그는 공화당이 선거에서 승리해도 우크라 전쟁 지원이 최우선이며,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사안임을 확인했었다"고 말했다.
◆ 우크라에 평화협상 압박 커지나
공화당은 어떻게 정부의 우크라 지원 축소를 이끌까. 우크라 지원 자체는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안건이기 때문에 지원 액수에 상한선을 두는 법안은 통과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설사 하원을 통과해도 상원에서 막히거나, 바이든이 대통령 권한으로 거부할 수 있어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국가부채 상한, 이른바 '부채 천장'(debt ceiling)을 낮춰 지출 예산 수도꼭지를 조이는 일이다. 공화당은 경기침체 우려로 정부의 지출삭감을 최우선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매카시는 지난달 펀치볼 뉴스와 인터뷰에서 "계속 쓰기만 하면서 부채를 쌓을 순 없다"며 "우리는 진지하게 마주앉아 지출하지 않아도 될 예산을 치워야 한다. 신용카드 한도를 계속 높일 순 없지 않느냐"고 발언한 바 있다.
부채 천장은 재무부가 정부 지출에 필요한 예산을 빌릴 수 있는 상한선이다. 빌린 액수가 천장에 닿으면 의회는 천장을 높여야 하는데 합의를 못보면 연방 정부는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
공화당은 이를 협상 레버리지로 바이든 정부와 우크라 지원 축소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 공화당의 반이민정책과 남부 국경 보안 강화 등의 뜻을 바이든 정부와 협상을 통해 관철할 수 있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정책 추진에 필요한 예산 집행에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을 것이다.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간선거 결과를 지켜보는 우크라 정부는 초조하기만 하다. 러시아가 지난 2월 침공 이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일등공신은 바로 미국의 전폭적인 군사 지원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겨울이란 계절적 특성상 전투 활동이 둔화할 수 밖에 없고, 러시아는 내년 봄에 제대로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병력 보완과 무기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가 평화협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주 우크라를 방문, 젤렌스키에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평화협상을 제안했다고 NBC방송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우크라는 러시아에 빼앗긴 점령지를 수복하고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의 책임을 묻고, 안보를 보장받을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지만 미국이 '수표 발행'에 제한을 둔다면 협상을 해야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