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이해도 높이고 결산개요도 손질
1000페이지 분량 세입세출결산 축소 가능성
기재부 "재무정보 효과성·이해가능성 향상"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정부가 10년 넘게 고수하던 국가결산체계를 전면 개편해 대국민 접근성을 높인다.
결산개요·세입세출결산·재무제표·성과보고서 등 4개의 파트로 나눠져있는 국가결산보고서를 재무정보의 효과성과 이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한다는 목표다.
◆ 연내 국가결산체계 전면 개편…"재무정보 효과성 증대"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연내 발표를 목표로 국가결산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결산은 한 회계연도 동안의 재정운영 결과와 재정상태를 분석·평가해 그 결과를 예산 등에 반영하고, 중장기 재정운용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국가결산내역을 구체적으로 담은 국가결산보고서는 결산개요·세입세출결산·재무제표·성과보고서 등 4개의 파트로 나뉜다. 우선 결산개요는 세입세출결산, 재무제표, 성과보고서 결과 등을 요약해 담고 있다. 또 세입세출결산은 세입세출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의 집행결과를 종합, 재무제표는 회계·기금의 재정상태, 재정운영성과 및 순자산 변동을 종합, 성과보고서는 성과계획서에서 정한 성과목표와 그에 대한 실적을 대비해 보여준다.
국가결산보고서의 구성 [자료=한국재정정보원] 2022.11.02 jsh@newspim.com |
이 중에서도 정부는 재무제표 부분을 이해하기 쉽게 전면 손질하고, 이에 맞게 결산개요도 손볼 계획이다. 1000페이지의 막대한 분량에 달하는 세입세출결산도 일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재정정보원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결산보고서가 세입세출결산 정보 위주로 구성된 데에는 발생주의 결산의 도입 배경과 연관이 있다. 발생주의는 기업회계의 기본 원칙 중 하나로, 현금주의와 상반된 개념이다. 현금의 유입이나 지출과 관계없이 수익과 비용이 발생하는 즉시 기간손익을 인식하는 기준이다.
발생주의가 도입된 2011년 이전에는 현금주의 방식의 결산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세입세출결산서는 숫자 위주의 통계이기에 이를 요약·정리해 국민에게 제공했다. 하지만 2009년 회계연도부터 국가재정 전반에 발생주의·복식부기(현금 입출금 외 외상거래도 기록) 회계제도를 도입하고, 2011년 회계연도부터 국가통합재무제표를 국회에 공식 제출하고 있다. 국회는 이를 심의해 최종 결산결과를 산출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무정보의 효과성과 이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결산서를 개편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재무제표의 보완이 많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있어 이 부분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결산 요약서라고 할 수 있는 결산개요 부분도 보완해 결산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 큰 방향성"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학계 등 국가결산체계 개편 필요성 제기
그동안 정부와 학계는 각종 보고서 등을 통해 국가결산체계 개편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해왔다.
심혜인 한국재정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3월 발표한 '국가결산체계의 합리적 개편 대안' 보고서에서 "발생주의 도입 이후 국가결산보고서는 다양한 결산정보 산출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를 담은 국가결산보고서는 방대한 분량, 복잡한 구성 등으로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세입세출결산 보고서가 전체 결산보고서 분량 중 약 1000페이지(전체 약 1500페이지)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크지만 숫자·통계 위주의 정보가 대다수이고, 국민에게 익숙하지 않은 비목 등 예산 용어를 사용해 일반 국민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결산보고서 결산요약서 상 재무제표 정보 [자료=한국재정정보원] 2022.11.02 jsh@newspim.com |
심 부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이로 인해 국회, 정부, 언론, 시민단체 등 회계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의 이해나 관심 수준이 낮고, 정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주로 재정통계의 산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그는 "결산자료 활용을 통한 다양한 분석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신뢰할 수 있도록 국가결산보고서의 간소화를 중심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 1500페이지 내외로 제공되는 국가결산보고서의 방대한 분량을 간소화해 핵심정보 위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심 부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세입세출결산과 필수보충정보 중 연금보고서 등을 대폭 삭제해 필수정보만 수록하는 식으로 간략화하고 필요한 부분은 별책으로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라며 "아울러 재정상태표, 재정운영표 등의 체계적 개편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결산개요에 결산정보의 요약 및 핵심 분석을 간략하게 포함해 제공하며, 주석, 필수보충정보, 부속명세서 등으로 나눠 제공된 재무제표의 설명정보를 주석 위주로 재구성하는 등 국가결산보고서의 간소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에서 행정사무관으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최연식 경희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 역시 지난 2015년 발표한 '정보이용자 관점에서의 국가 재무보고 사례 분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국가결산보고서가 미국에 비해 정보이용자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결산 결과의 단순한 현황 제시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보고서에서 "미국은 '대국민 보고서'에서 국회 및 일반국민을 정보이용자로 정의하면서 국민이 낸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리고 국가 재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누구든지 결산정보를 통해 알 수 있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면서 한국 결산보고서의 복잡성을 지적했다.
또 최 교수는 지난 2020년 12월 발표한 '공기업·준정부기관 재무결산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결산서의 분량이 방대하여 가독성 및 효율성이 크게 제약되고, 결산총평에 정교한 분석이나 의미 있는 설명이 부족하여 정보이용자의 정보요구를 충실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공공기관의 경영과 관련해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을 국민의 다양한 눈높이를 고려하여 누구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의미에서 해외 주요 국가들이 활용하고 있는 대국민 보고서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