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高)' 리스크에 벤처 투자 비상
정부, 세제 지원 등 선제적 대응 나서야
[서울=뉴스핌] 배요한 기자 = 최근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복합적인 경제 리스크가 겹치면서 벤처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넉넉한 곳간을 보유한 대기업과 달리 자금 수혈을 필요로 하는 벤처기업들은 금융 리스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국내 1위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는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로 주목받은 '오늘식탁'은 경영난에 지난달 영업을 중단했다가 일부 서비스만 재개한 상태다. 국내 1세대 쇼핑몰인 패션 플랫폼 '힙합퍼'는 11월1일부터 서비스를 종료했다.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처럼 굵직한 신생기업들도 자금난으로 생사기로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배요한 중기벤처부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1~3분기 벤처투자와 벤처펀드 결성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3분기 벤처투자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5조 3752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벤처투자가 호황세를 보인 반면에 3고 리스크가 본격화된 3분기 투자액은 83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1%나 급감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기조의 장기화로 인한 전 세계적인 벤처투자심리 악화가 국내 벤처투자시장에서도 본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벤처 투자액은 올해 1분기 1420억 달러에서 2분기 1130억 달러, 3분기 750억 달러로 꾸준히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세액공제라든가 세제지원을 안 해 주면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투자수익에 대해서 과감한 세제혜택을 주면 정부는 손해볼 것 없지 않나. 투자를 늘리는 것"이라며 벤처 투자 활성화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p) 인상하면, 벤처 등 중소업계의 이자 부담이 5조500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초 1.2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는 10개월 만에 3%까지 치솟은 상태다. 한미 금리차로 인해 한은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상황이어서 향후 벤처기업들의 자금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가상공간 등 4차산업 시대가 본격화되는 시기에서 벤처 기업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3고로 투자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벤처 기업의 생태계는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력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사장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 아닌 벤처 기업들에 대한 선제적 지원 등에 나서 국가적 미래 성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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