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PF 위기에 7000억 긴급 마련
화학시장 악화에 케미칼은 일진 인수 앞둬
롯데지주 계열사 지원 자금부담 커질 듯
"케미칼 재무구조 탄탄...지주 영향 제한적"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에 켜진 유동성 경고음이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로 향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인상, 부동산시장 침체가 맞물리며 계열사에 지원해야 할 자금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최근 퍼진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21일 롯데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자금시장에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근거없는 소문까지 퍼진 롯데그룹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롯데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자금조달에 나선 가운데, 롯데캐피탈은 기업어음 발행에 나섰는데 금리 15%에도 소화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루머가 퍼졌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 |
롯데건설은 지난 18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데 이어 지난 20일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차입하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상환일은 내년 1월 18일까지로, 3개월로 차입기간을 길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지분 43.7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건설은 "그룹과 계열사와도 다양한 협력을 추진 중"이라며 "재무 안정성 강화를 위해 국내·외 은행과의 자금조달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수한 입지에 위치한 사업들이 착공과 분양을 앞두고 있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롯데건설의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도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화학 기업들은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최악의 업황에 직면한 상황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2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2000년 후 이례적인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다.
계열사들의 부진은 결국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재무건전성을 우려하는 수준으로 번졌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지분 25.5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지주→롯데케미칼→롯데건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위기설이 연쇄적으로 번진 배경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롯데미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신속한 유상증자와 자금지원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 2020년부터 계열사 지분 추가 인수 및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차입금이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에만 지난 4월 3984억원 규모의 코리아세븐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롯데헬스케어 설립에 70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 20일인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생산공장 인수를 위해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상태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롯데지주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1일 국내 동박 생산 1위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직후 나이스신평은 롯데케미칼과 함께 롯데지주를 하양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했다.
나이스신평 측은 "롯데케미칼의 일진머리티얼즈 인수로 인수대금 및 추가적인 신규 설비투자자금 투입 전망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에 대한 재무적지원 가능성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롯데그룹 측은 현재 롯데케미칼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7000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52.1%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현금보유자산과 추가 투자로 충분히 가능한 수준으로 롯데지주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며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의 금전소비대차계약기간도 3개월로 짧아 내 자금 회수가 가능해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