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안 처리 과정 실태조사 결과
"관련 법 개정, 소명 기회 보장해야"
[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교사 10명 중 9명은 아동학대로 의심 받아 신고를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 중 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떠드는 학생을 제지했다는 이유로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는 일이 늘고 있어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 사안 처리 과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가윤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13일 아동학대 사안 처리 과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2.10.13 sona1@newspim.com |
조사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624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61.7%가 아동학대 신고(민원)를 직접 받거나 동료 교사의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아동학대 신고 내용 중 폭언, 따돌림 유도, 차별대우 등 정서학대가 6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정서학대의 경우 초등과 유치원의 응답률 각각 64%, 56.2%로 높았다.
정서학대의 실제 신고사례를 살펴보면 '청소 시간에 아이들만 청소를 했다.', '손들지 않은 아이에게 발표를 시켜서' 등으로 학부모나 학생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신고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벌, 폭행 등 신체학대 신고 응답률은 31.4%였다. 특수학교의 비율이 58.2%로 높았다. 이에 대해 전교조 관계자는 "장애 학생이 자신과 주변 학생에게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경우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교사의 정당한 행위까지도 아동학대로 오인돼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사의 46.3%가 직접 겪거나 들은 아동학대 신고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유죄가 확정된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실제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의 답변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비율은 61.4%로 더 높았고 유죄가 확정된 사례는 1.5%로 더 낮았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사 10명 중 6명이 아동학대 신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등 학교 현장은 아동학대 신고가 일상화돼 있지만 유죄가 확정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고 대다수는 형사처벌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가윤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13일 아동학대 사안 처리 과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2.10.13 sona1@newspim.com |
교사 98.2%는 아동학대 사안 처리과정에서 교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답했다. 교장과 교감 등 학교 관리자 84.6%도 사안 처리 과정에서 교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오해로 인한 신고가 있다는 점, 교육부 아동학대예방 가이드북이 실정에 맞지 않다는 점, 소명 기회와 진상 조사 없이 학부와 ·학생의 신고만으로 교육청·관리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한다는 점 등을 토로했다.
교사 92.9%는 아동학대로 의심 받아 신고를 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교사들은 '학생 지도 과정에서 학생이 싫어하는 말을 반복했다는 이유로 신고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 중 자는 아이를 흔들거나 툭툭치며 깨우는 것도 아동학대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아동학대 사안 처리 과정의 교권 보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교사의 76.3%는 '아동학대처벌법, 교원지위법, 학교자치법 등 관련 법령 제·개정'을 꼽았다. 이어 사실 확인과 소명 기회 보장 위한 매뉴얼 정비(74.6%), 교권보호위원회의 역할 강화(58.3%), 교육청의 아동학대 사안 처리 전문성 확충(41.7%)순이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아동의 인권과 교사의 인권·교육권이 상호 존중되는 학교를 위해 학교 현장에 맞는 실무 매뉴얼 개선과 교육적 해결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권보호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충남·경기·경남·광주·울산·전북·제주 등 7곳이 제정, 운영 중이다.
sona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