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2.7%로 0.2%p 하향
인플레 올해 3분기 9.5%로 정점→내년 4분기 4.7% 전망
미 달러화 강세 심화시 일부 신흥국에서 채무 위기↑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앞서 7월에 이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또 한 차례 하향 조정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IMF는 11일(현지시간) 발간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고금리에 따른 미국의 성장 둔화, 유럽의 에너지 위기,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부동산 시장 냉각 전망 등을 이유로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7월 내놓은 전망치 2.9%에서 0.2%포인트 내려 잡은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IMF는 올 4월 발표 자료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각각 3.6%로 예측했다. 하지만 7월에는 올해 성장률 3.2%, 내년 성장률 2.9%로 하향 조정했다. 그런데 내년 성장률을 또다시 낮춘다는 뜻이다. 세계적 경기 침체 확률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IMF는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내년 세계 경제 여건이 크게 악화할 가능성도 경고했다.
이날 성명에서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중국, 유로존 등 세계 3대 경제국에서 경제 성장 정체(stall)가 이어질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2023년은 불경기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상보다는 강력한 유럽의 성장세와 미국의 성장세 둔화 전망 등을 감안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2%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는 6.0%의 강력한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또 이번 전망에서 IMF는 미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지난 7월의 전망치(2.3%)에서 0.7%포인트나 대폭 내려 잡았다. 2분기 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미국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7월 내놓았던 1.0%를 그대로 유지했다.
◆ 인플레이션 올해 3분기 9.5%로 정점→내년 4분기 4.7%까지 하락 전망
이날 IMF는 세계 경제 전망은 과도하게 긴축하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안정시켜야 하는 각국 중앙은행의 섬세한 통화 정책 균형 조정에 달렸다며, 과도한 긴축이 세계 경제를 '불필요하게 심각한 침체'에 빠뜨리고 '금융시장 혼란, 신흥국 경제의 고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는 인플레이션을 타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니스 로이터=뉴스핌] 고인원 기자= 프랑스 니스의 한 지역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모습, 2022.07.01 koinwon@newspim.com |
고린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일 각국 중앙은행이 끈질기게 이어지는 고집스러운 인플레이션을 또다시 잘못 판단하면 어렵게 회복한 신뢰도가 다시 추락할 것"이라며 "(신뢰도 추락은) 향후 거시경제 안정에 훨씬 해로울 것"이라 경고했다.
이날 IMF는 올해 3분기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9.5%로 정점을 찍었을 것으로 보고 내년 4분기에는 4.7%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 "미 달러화 강세 심화하면, 일부 신흥국에서 채무 위기 발생할 가능성도"
다만 IMF는 현재 수준에서 국제 유가가 30% 급등하는 등 '여러 가능한 충격의 조합'이 내년 경제 전망을 한층 어둡게 할 수 있다며 실질 소득이 광범위하게 하락하며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이 1.0%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만 이 같은 '경기 하방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긴축적인 금융 상황, 노동시장의 지속적인 과열에 따른 잠재 생산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년 세계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확률을 25% 정도이며, 실제로 세계 경제가 2%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보인 건 지난 1970년대 이후 5차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경제가 내년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확률은 10% 이상으로 봤다.
또 이날 IMF는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 등의 쇼크가 발생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며 이미 2000년 초반 이후 최고로 치솟은 미 달러화 강세를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MF는 달러화 강세가 이미 신흥국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킹달러' 현상이 심화하면 일부 국가에서는 채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에 따라 신흥국 채무 탕감이 이번 IMF·세계은행(WB) 연차 연차총회에서 중요한 논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린차스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이 더 악화할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물가 안정을 통화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금융 상황이 진짜 악화할 경우에 대비해 외환보유고도 적정한 수준에 유지해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