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요구대로 청약해 당첨됐는데 2차서 부적격 판정
국토부 "만 30세 미만은 무주택 기간에 포함 안돼"
박정하 "무주택기간 조건 성인으로 변경해야"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만 29세인 A씨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비신혼부부 청약'이라는 제도를 알았다. A씨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공고일로부터 1년 이내 혼인신고를 하면 청약에 당첨될 수 있다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듣고 청약을 신청했고 1차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에 발생했다. 1차 합격 이후 서류 제출을 마친 뒤 2차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도중 부적격 판정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에 A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사를 찾아 부적격 판정이 된 이유를 물어봤고 "만 30세 미만은 무주택 기간 점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부적격 판정"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현행 제도상 청약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무주택 거주 기간이 만 30세 미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황당한 A씨는 그렇다면 "1차 신청 과정에서 무주택 기간 점수란에 체크를 할 수 없게 하거나 근거 제도를 고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LH 직원은 "A씨와 같은 사례로 취소된 분들이 많다. 저희도 직원일 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청년층 예비신혼부부들에게 주택 청약 과정에서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만 30세 미만' 청년은 국토교통부 장관 시행규칙 내 규정으로 인해 혜택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LH가 요구하는 양식에 따라 신청한 가점 혜택이 국토부 시행규칙과 충돌해 내재적 정합성 모순이 발생하며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무주택 기간' 점수를 입력하는 청약에서 만 30세 미만들이 당첨됐다가 부적격 판정이 나온 사례가 173건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예비신혼부부 청약으로 당첨된 사례는 2018년 517건, 2019년 749건, 2020년 1210건, 2021년 371건, 2022년 8월 459건이다. 결혼 전 '내 집 마련'이라는 고민거리를 해결한 것이다.
이 가운데 만 30세 미만 예비신혼부부 당첨 건수는 2018년 41건, 2019년 161건, 2020년 305건, 2021년 47건, 2022년 8월 128건이다. 여기에서 무주택 거주 기간 입력 후 부적격 통지를 받은 사례는 2018년 10건, 2019년 21건, 2020년 117건, 2021년 7건, 2022년 8월은 18건이다.
예비신혼부부 청약은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청약 공지일로부터 1년 안에 혼인신고를 마치면 청약에 당첨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즉, 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고민거리로 꼽히는 '내 집 마련'의 해결을 도와 결혼을 장려하고자 하는 제도다.
다만 만 30세 미만은 무주택 거주 기간에 점수를 체크하기 위해선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령 제760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27조(국민주택의 일반공급)에 따르면,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무주택세대구성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지 아니한 기간을 무주택기간으로 산정. 이 경우 무주택세대구성원 중 주택공급신청자의 무주택기간은 30세가 되는 날(주택공급신청자가 30세가 되기 전에 혼인한 경우에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혼인관계증명서에 혼인신고일로 등재된 날)부터 계속하여 무주택인 기간으로 산정한다"고 고시되어 있다.
즉 만 30세 미만의 경우 혼인신고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 점수란에 체크를 할 수 있는 방식인 것이다. 무주택 거주 기간이 청약 가점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만 30세 미만 예비신혼부부는 무주택 기간 점수를 체크할 수 없는 것이다.
청약 신청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제기된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만 30세 미만에게 무주택 기간 점수가 적용되지 않지만, 신청 과정에서 점수를 체크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해당 제도를 모르는 만 30세 미만 청년들은 무주택 기간 점수란에 점수를 체크한 뒤 뒤늦게 부적격 통보를 받는다.
박정하 의원은 "정부는 결혼을 독려하면서, 청약 가점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무주택 기간에 대해 만 30세 이상에게만 적용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라며 "무주택기간 조건을 만 30세 이상이 아닌 성인으로 변경하는 청약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사진=박정하 의원실 제공] 2022.09.27 taehun02@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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