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검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 가동
'긴급응급조치' 등 실효성 의문 제기
피해자가 직접 방어 시스템 우선적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신당역 역무원이 과거 동료에게 스토킹을 받다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살펴보니 이는 갑자기 벌어진 사건이 아니었음에 세상은 또 한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피해자는 지난 2019년부터 전주환으로부터 350여 차례에 걸쳐 '만나달라'는 등의 일방적 연락을 받았으며 불법 촬영물로 협박도 받았다. 전 씨는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집 주소와 근무지를 알아냈고 수시로 찾아가기를 일삼았다.
사회부 이정윤 기자 |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경찰에 전 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하고 신변 보호 요청을 했다. 당시 경찰은 '위험성 체크 리스트'를 작성했지만 "위험성 없음 또는 낮음"이라는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대응을 두고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변 보호조치를 받던 30대 여성이 김병찬에 의해 살해된 이후 경찰은 '스토킹범죄 현장대응력 강화' 대책으로 '위험경보판단회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경찰은 신당역 피해자에 대해 위험경보판단회의를 열지 않았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물리적으로 분리시키는 구속도 이뤄지지 않았다. 신당역 피의자가 첫 번째 고소장을 접수한 다음 날 경찰은 전 씨를 긴급체포하고, 지난해 10월 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그의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신당역 사건 이후 경찰과 검찰은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 첫 회의를 열고 가해자 엄정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수사 전 단계에서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협의체를 통해 구체적으로 잠정조치나 구속이 필요한지 고민을 하면서 일을 처리하겠다"며 "이럴 경우 처리 단계가 단축될 수 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고 잠정조치를 결정할 때 현설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진행 중이거나 또는 이미 불송치 결정한 스토킹 사건을 전수조사하겠다"며 "피해자와 피의자를 즉시 분리하는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4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토킹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로 내릴 수 있는 '100m내 접근금지명령'도 가해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재 시점에서는 실효성이 없다. 지금 현재도 전국 곳곳에서 스토킹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와중에 이번에 경찰, 검찰 등 관련 부처가 내놓은 대응책은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도 중요하지만, 가장 시급한건 스토킹 발생 즉시 피해자가 직접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대응책과 관련 법 제정이 쏟아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전에 얼마나 범죄를 예방하고 차단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번 신당역 사건처럼 '사후 약 방문' 대응이 되지 않도록 관련 부처와 법은 사전에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