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지난해 10월 시행...보완책 '의문'
범죄자 처벌과 함께 범죄 예방해야 '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서울 신당역에서 스토킹하던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지난 14일, 법원에서는 또 다른 스토킹 범죄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2차 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는 일이 있었다.
20대 남성 A씨는 과거 연인을 스토킹한 혐의로 집행유예형을 확정받았는데 집행유예 기간 중 피해자를 흉기로 협박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고 결국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불구속 재판을 받겠다며 보석까지 신청했으나 법원은 결정을 하지 않다가 실형 선고와 동시에 기각했다.
이성화 사회부 기자 |
이날 이후 경찰과 검찰, 법원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연일 대책 방안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놓으며 스토킹 범죄가 강력사건으로 이어지는 일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지난해 10월 시행되고 약 1년이 지났는데도 왜 지금까지 제대로 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강력범죄가 증가할수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사건 이후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했고 '정인이 사건'으로 신설된 아동학대살해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정해 처벌 수위를 높였다. 양형위는 지난해 6월 범죄군 선정작업 이후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되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향후 양형기준을 심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피해자 보호다. '신당역 역무원 살해사건'의 피의자 전주환에 대한 구속영장이 과거 법원에서 기각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소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스토킹 범죄의 경우 구속 수사를 강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물론 피의자 단계에서의 구속은 모든 사건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현재 인신 구속제도에 대해 "구속과 불구속이라는 일도양단식 결정만 가능한 구조"라며 한계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보증금 납부나 전자발찌 착용 등 일정한 조건을 붙여 피의자를 풀어주는 '조건부 석방제도'를 도입해 구속을 대체하도록 하고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 피해자 보호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법원은 별도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두고 있지 않으며 영장전담 판사들이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를 토대로 결정한다. 또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도 고려한다. 고려사항은 필수적인 판단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일선 법원의 보다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법원에서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협박해 납치하려다가 다른 주민에게 발각돼 도주한 40대 남성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재범할 우려가 적으며 피해자를 위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기각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은 "이게 구속이 안 되면 어떤 걸 구속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사건을 접한 국민들도 분노했다.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조건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까다롭게 봐야 한다면 기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엄격해야 한다. 법은 범죄자를 처벌하는 목적과 동시에 범죄를 예방하는 목적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