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15일 국가보안법 7조 등 관련 공개변론
청구인 "이적행위 조항 포괄적...차별 우려 있어"
법무부 "헌법 개정되지 않는한 북한은 반국가단체"
법조계 "위헌 가능성 있어vs합헌 뒤집을 사유 없어"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반국가단체를 찬양하거나 이적표현물을 소유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의 존폐를 따지는 첫 공개변론이 열린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법안 폐지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변론을 계기로 앞서 7번의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헌재의 판단이 뒤집힐지 주목된다.
법조계는 헌재가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여는 점을 고려할 때 위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그간 재판관들이 남북의 이중적인 관계를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이를 뒤집을 만한 사유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 2022.07.12 mironj19@newspim.com |
◆국가보안법 7조 등 '위헌' 주장..."표현의 자유 침해"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15일 국가보안법 7조 등에 관한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11건이 병합된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 심판 조항은 국가보안법 2조 1항과 7조 1·3·5항이다.
국가보안법 2조 1항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목적을 가진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7조 1·3·5항은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하거나 이적표현물을 제작해 소지, 판매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다.
헌법소원심판 청구인들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제청신청인들 또한 같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제청법원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나섰다.
제청법원들은 "국가보안법의 이적행위와 표현물 조항은 매우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해 광범위하다"며 "추상적인 기준으로 간접사실에 의해 추론돼 행위자의 평소 사상에 따라 차별취급을 받을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소원 청구인과 위헌제청 신청인들 또한 "자유권규약, 사회권규약, 고문방지협약 등 관련 국제인권조약들은 헌법재판규범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국제인권조약이 직접 적용되지 않더라도 국제인권조약에 부합해 헌법재판규범의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적행위 조항에서 구성 요건으로 규정한 부분은 모두 그 의미와 내용이 불명확해 죄형 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해관계인 측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헌법의 최고 가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 체제로 변혁한다는 결단을 해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북한은 우리 대한민국 헌법과 합치되기 어려운 반국가단체임이 자명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적행위로 야기된 위험이 현실화된 것은 아닐지라도 언제든지 국가안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고, 위험이 현존하는 단계에서는 막대한 피해가 초래돼 공권력의 개입이 무의미해질 가능성도 있다"며 "따라서 이적행위 조항 및 이적표현물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개변론에는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해관계인 측 참고인으로는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관계자들이 "국회는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청원의 요구를 미루지 말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1.16 hwang@newspim.com |
◆ 8번째 심판대 오르는 국가보안법...법조계 전망은 엇갈려
국가보안법이 헌재 심판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8번째다. 헌재는 1990년 구 국가보안법 7조 1·3·5항에 대해 한정합헌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1991년 법이 개정되면서 7조 1항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등의 요건이 추가됐다.
이후 헌재는 1996년 열린 헌법소원 심판에서는 법문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이 대부분 제거되었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으나, 일부 재판관들은 위헌 의견을 내기도 했다.
헌재는 여전히 국가보안법의 존폐를 둘러싼 학계와 시민사회의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어 변론을 통해 다양한 헌법적 쟁점과 관련 의견을 청취한 뒤 위헌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냉전체제의 종식과 함께 역사 속 유물이 됐어야 할 국가보안법이 2022년에도 적용되는 현실에서 진정한 자유와 민주,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며 위헌 결정을 촉구했다.
법조계는 위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아직까지 합헌 결정을 뒤집을 만한 사유는 없다고 봤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최초로 공개변론까지 여는 것이 헌법재판관들의 의지라면, 법률의 위헌성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품고 있을 수 있다"며 "현재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직돼 있지만 그동안 경제·문화·정치적으로 많은 교류가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국가보안법을 계속 고수할 수 만은 없지 않나 싶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과거 헌재의 합헌 결정도 늘 만장일치는 아니었고, 한정합헌이나 위헌 의견도 있었다"며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규정한 헌법3조와 평화통일조항인 헌법4조를 조화롭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관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어 의견 조율 차원에서 공개변론을 여는게 아닌가 싶다"며 "과거 찬양·고무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을 때 외국에는 전혀 없는 지나친 제한이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직접 해외 법률을 조사해보니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도 비슷한 규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는 그동안 합헌 결정의 이유로 교류협력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반국가단체 성격을 지닌 남북의 이중적인 관계를 언급했다"며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기존의 결정을 뒤집을 만한 사유는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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