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250만대 시대...자동차보험 새 먹거리로
사고율 높고 수리비 비싸...보험료도 20% 높아
공통 보상기준 아직...보험사별 특약 비교·선택해야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 전기차 소유주인 A 씨는 가족들과 주말 나들이를 가던 중 본인 과실로 앞 차량과 부딪혔다. 자동차보험을 든 보험사에 접수부터 하고 자기차량손해 담보로 차 수리를 맡겼다. 그러다 보험 처리 외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300만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파손된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데 쓰던 배터리의 감가상각 비용이 처리되지 않아 이를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국내 전기차 보급이 250만대를 넘어가면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전기차 대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전기차는 일반차보다 평균 수리비가 많이 들고 사고율도 높은 편이라 보험사들은 전용 특약을 만들어 판매 중이다. 전기차 평균 보험료는 100만원에 육박해 일반차보다 20% 이상 비싸다. 그러나 아직은 보급 초기 단계로 전기차에 대한 통일된 진단이나 수리·교환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비싼 보험료를 내고도 수리비 폭탄을 맞지 않으려면 보험사마다 다른 특약을 비교해 필요한 것에 가입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2.09.08 hkj77@hanmail.net |
◆ 20% 비싼 전기차 보험료, 이유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전기차는 18만4000대로 지난해보다 7.7% 늘었다. 3년 전인 2018년(4만5000대)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뛴 것이다. 아직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되지만 증가세만 보면 대세로 떠올랐다. 전기차 평균 보험료는 94만3000원으로 비전기차(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등)보다 18만1000원 높다. 이는 일반차보다 비싼 전기차 가격이 자기차량손해 보험료에 반영된 영향이다.
전기차 평균 수리비도 245만원으로 비전기차보다 30.2% 높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고전압 배터리 교체 비용과 각종 센서 등 전자장치 수리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의 경우 전문 정비업체가 부족해 부분 수리가 어렵고, 완성차 업체 정책으로 경미한 손상에도 전부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배터리 평균 가격이 2000만원으로 고가인 점을 감안하면 한두 번만 교환해도 큰 부담이다. 사고율이 높은 것도 보험료를 밀어올리는 배경이다. 지난해 전기차 사고율은 18.1%로 비전기차에 비해 2.1%포인트(p) 높았다. 연비가 좋은 전기차 특성상 주행 거리가 길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2.09.08 hkj77@hanmail.net |
◆ 배터리 보상부터 견인 서비스까지 특약 다양
전기차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아직은 사고 시 보상에 대해 보험사에서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은 올해 안에 기준을 산출하기 위해 전기차 관련 실험과 연구로 데이터를 쌓고 있다.
때문에 보험사별로 다른 전기차 전용 특약을 비교해 보고 가입해야 한다. 전기차 보급이 늘고 사고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보험사들도 다양한 특약을 내놓고 있다.
배터리 보상 특약이 대표적이다. 교체할 배터리의 감가상각분을 보상하는 특약이다. 예를 들어 3년 운행한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감가상각 후 700만원이고 새 배터리 가격이 1000만원이라고 해보자. 자차보험금으로 700만원을 보장받고 나머지 감가상각액 300만원은 본인 부담이지만 특약에 가입하면 전액 보상받을 수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이 자동차보험에서 이 같은 '전기차 배터리 신품가액 보상 특약'을 제공하고 있다.
충전 중 사고를 보상하는 전기차 전용보험도 있다. 고전압을 사용해 충전하기 때문에 화재·폭발·감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삼성화재 전기차 보험은 별도 특약 없이 운전자 상해와 자동차 손해를 보장한다.
현대해상은 차량 수리비를 차량가액의 130%까지 보상하는 '초과 수리비용 지원 특약'을 제공하고 있다. 수리비가 비싼 전기차 특성을 반영해 수리비가 차량의 현재 가치보다 높더라도 이를 보상하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소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 긴 거리의 견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약도 있다. AXA손해보험은 긴급출동 서비스를 업계 최장인 150km까지 보장한다. 현대해상도 전기차 전용 무료 견인 서비스를 기존 60km에서 100km로 확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기차만의 고유 위험으로 인한 보장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특약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보험금 분쟁을 막기 위해 전기차 수리 기준을 마련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