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갈등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으로 다시 불붙었다.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법안을 무력화하는 '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를 시도하자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입법 취지에 반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회부 김신영 기자 |
무엇보다 검찰 수사권을 사수하기 위해 취임 초기부터 검찰과 힘을 합쳐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 신청에 나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의 대치 구도가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은 한 장관의 대응은 꼼수라며 탄핵까지 거론했다.
한 장관이 출석한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여야의 설전과 고성으로 얼룩졌다. 한 장관 또한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앞서 부패·경제범죄로 제한된 검찰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발표할 때 한 장관이 내놓은 입장문만 보더라도 검수완박 입법을 주도한 민주당을 향한 반발심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 장관은 "다수의 힘으로 헌법상 절차를 무시하고 소위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중요범죄 수사를 못 하게 하려는 의도와 속마음이었다는 것은 국민들께서 생생히 보셔서 잘 안다"며 민주당의 정치적인 입법 배경과 취지를 꼬집었다.
지난 24일 법사위 전체회의는 지난해 예산 결산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이날도 회의에 출석한 한 장관을 향해 현안 질문을 할 수 있느냐를 두고 여야가 갈등을 빚다가 민주당 의원들의 회의 참석 거부로 회의는 산회하고 말았다.
급기야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 위원들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사위 회의에서의 한 장관의 태도를 문제 삼고 나섰다.
이들은 "한 장관의 국회 답변 태도와 관련해 자칭 일국의 장관인 한동훈 검사의 국회 무시가 점입가경"이라며 "국회의원 질의에 대한 무성의한 엿장수 맘대로식 답변, 질의 내용에 대한 무시와 비하는 안하무인이고 오만방자하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고 경고했다.
검수완박을 계기로 불거진 민주당과 한 장관의 갈등이 취임 직후부터 지속되는 사이 법조계와 국민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법안 시행 이후 바뀔 형사사법 체계에 대한 대비는 뒤로한 채 정치 싸움만 한창이기 때문이다.
한 장관이 국회에 출석만 했다하면 시작되는 논쟁 속에는 흠집내기만 있을 뿐 협치 의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검수완박이 촉발한 민주당과 한 장관의 갈등이 멈추지 않는다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야당이었던 국민의힘과 추 장관이 국회 법사위에서 매번 충돌했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추 장관은 국회 출석 때마다 답변 태도로 논란을 일으켰고 국정감사에서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를 강하게 맞받아치곤 했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과 아들 병역 특혜 의혹 등에 휩싸이다 자리에서 물러난 추 장관의 모습을 보며 국민들의 신뢰는 추락했고 피로도만 커졌다.
한 장관은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도록 냅두는 것은 "정부가 범죄 대응에 손을 놓아버리는 직무유기"라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 중요범죄를 철저히 수사해 국민을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정 국민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의 싸움을 멈추고 당장 코앞에 닥친 검수완박 법안 시행 이후 서민을 괴롭히는 민생 범죄에 빈틈과 혼란이 없도록 뜻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다.
민주당 또한 압도적인 의석수로 밀어붙인 검수완박 법안은 방탄법안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고 싶다면 '한동훈 벼르기'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진정 국민을 대변하는 태도인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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