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허가통지 받았다가 취소된 남성, 행정소송 제기
법원 "처분사유 존재하지 않고 절차적 위법도 있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적법한 과정을 거쳐 귀화허가 통지를 받은 남성이 교통사고를 냈다는 이유로 소명의 기회도 부여하지 않은 채 귀화를 취소한 법무부의 처분은 절차상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중국 출신의 A씨가 법무부 장관의 국적신청불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앞서 A씨는 지난 2013년 단기방문(C-3) 사증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해 외국국적동포(F-4) 체류자격으로 변경한 후 지난 2018년 법무부에 일반귀화허가 신청을 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지난 2020년 8월 A씨에게 "귀화신청이 허가됐다"며 "귀화허가를 받은 사람은 법무부장관 앞에서 국민선서를 하고 국적증서를 수여받은 때 대한민국 국민을 취득하게 된다. 1~2개월 내로 국적증여수여식에 대한 메시지를 발송할 예정이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했다.
그런데 A씨는 그로부터 한달 전인 2020년 7월 시내버스를 운행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치면서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혐의로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 사실을 확인한 법무부는 A씨가 국적법 제5조 제3호의 품행단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같은 해 11월 A씨에게 귀화불허통지를 내렸다.
A씨는 "이미 귀화허가 통지를 했기 때문에 귀화증서를 교부해야 한다"며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귀화 요건을 재검토하여 귀화를 불허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통지는 귀화허가 처분이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돼 성립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가 귀화허가 처분을 받았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통지의 발신인이 피고가 아닌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명의이긴 하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법무부의 하부조직으로서 그 본부장이 국적 취득 및 상실 등에 관한 사항 등을 맡아 처리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통지의 주체는 피고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적법 시행령에 따라 국적증서 수여식에 관한 일시와 장소에 참석할 것을 통지한 메시지는 귀화허가 통지의 형식을 충분히 갖춘 것"이라며 "귀화증서를 수여하기 전이라 해서 당사자에게 통지된 귀화허가 심사결과를 임의로 번복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고는 원고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해 불법체류하다가 지난 2006년 출국명령 처분을 받은 사실과 2020년 3월 교통사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귀화신청허가 당시 이미 고려했던 사정들"이라며 "이 사건 통지 이후 원고가 재차 교통사고를 내 약식명령을 받았다고 해도 허가를 취소할 정도의 중대한 하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귀화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고 원고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에서 절차적 위법도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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