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취업제한 5년 효력 사라졌지만 '사법리스크' 여전
"전과라는 것은 사실...사실 자체는 존재"
김경수 전 지사, 2028년까지 '피선거권 박탈'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윤석열 정부가 광복절을 맞이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1693명에 대한 특별사면 및 복권을 실시했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는 이번 사면에서 제외됐다.
법무부는 오는 15일 자로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주요 경제인, 노사관계자 등 1693명에 대한 특별사면과 함께 행정제재 대상자 59만3509명 특별감면, 모범수 649명 가석방을 12일 단행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치인과 공직자는 사면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며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은 국민들의 민생 경제라는 점을 깊이 고려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전 출근길 약식 회담에서 특별 사면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이라며 "민생은 정부도 챙겨야겠지만,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갈 때 숨통이 트이는 것이어서 거기에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인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복권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특별사면 및 복권됐다.
이 부회장이 복권되면서 그의 오너 활동 발목을 잡았던 '취업제한 5년' 효력이 사라지게 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복권은 넓은 의미의 사면, 복권은 자격제한을 회복, 취업제한의 자격제한이 풀린다고 보면 된다"며 "전과라는 것은 사실 자체라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자체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08.12 mironj19@newspim.com |
다만 이번 복권은 지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최근 형 집행이 종료된 사건에 한한 것으로,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시세 조종 등 불법행위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에도 서울중앙지법에 '부당합병' 재판으로 출석했다. 그는 재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복권과 관련해 "국가 경제를 위해서 열심히 뛰겠다. 감사드린다"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다만 남은 재판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아울러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사면 대상으로 거론됐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은 이번 사면에서 배제됐다.
경제인들과 달리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정치인 등 사면대상자는 모두 사면심사위원회에 올라갔으나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이 전 대통령과 함께 '1+1'으로 묶였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도 물거품이 되면서 그의 정치무대 복귀 또한 관측이 어려워졌다. 김 전 지사는 내년 5월 만기 출소 이후 2028년까지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노사 통합을 통한 사회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주요 노사 범죄 사범 8명도 사면대상에 포함했다. 주요 대상자는 조상수 전 전국민조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허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상임부위원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여파가 극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으로 인해 대다수의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이 경제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금상황 악화 등으로 인해 처벌받은 중소기업인, 소상공인에 대한 적극적 사면을 통해 이들이 재기 후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범국가적 경제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적극적인 기술투자와 고용창출로 국가의 성장동력을 주도하는 주요 경제인들을 엄선해 사면 대상에 포함했고, 노사 통합을 통한 사회발전의 잠재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요 노사 관계자도 대상에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각종 행정제재 감면조치도 함께 실시해 서민 경제의 역동성을 부여하고자 했다"며 "이를 통해 국력을 통합하고 하나 된 힘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전기로 삼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