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한은행 등 은행권 전반 이상 거래
시세차익 노린 환치기, 자금은닉 '의혹'
의심거래보고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 관건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 시중은행에서 수조원의 이상 외환거래 정황이 무더기로 적발된 가운데, 검찰이 직접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이상 외환거래 조사에 나섰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은행권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25일 법조계·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나욱진 부장검사)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지점에서 발생한 수상한 외환거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이상 외환거래에 대해 조사한 자료는 검찰에 제공했다"며 "2조원 규모의 외환 이상거래 중 일부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가 연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자금 출처나 용도는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자료에는 신한은행(1조3000억원), 우리은행(8000억원) 등을 통해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중국 등 해외로 보낸 업체들에 대한 검사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수상한 해외 송금이 가상자산 투기 세력의 시세차익을 이용한 '환치기'에 이용됐는지, 중국계 불법성자본과 관련됐는지, 불법 자금세탁 용도인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금융업계에선 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 실현을 위해 국내로 들어온 환치기 수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한국 가상자산 가격이 외국보다 높은 현상을 의미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로 흘러들어간 자금의 경우, 시세차익을 노린 '환치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현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구매한 코인을 코인지갑을 통해 국내 거래소로 보낸 뒤 팔아 원화를 무역 송금 목적으로 위장해 송금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관건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이 과정에서 고객확인의무(KYC)·의심거래보고제도(STR)·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잘 수행했는지 여부다.
앞서 금융당국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하나은행에 과징금 5000만원 부과, 서울 북부 A지점에 대해 외국환 지급·수령 신규업무 4개월 정지 등의 중징계를 의결한 바 있다. 기본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STR 등 자금세탁방지 관련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 등이 징계 근거다. STR에 따라 거래 상대방이 자금세탁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근거가 있을 경우, 금융회사는 이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환치기가 아닌 가상자산 구입을 통한 자금세탁이나 자금은닉 등으로 악용됐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지원 자금(테러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미국 법무부에서 마우이 랜섬웨어를 유포한 북한 해커들로부터 50만 달러(약 6억548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압수한 사례도 있다.
우리·신한은행에서 시작한 이상 외환거래는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최근 타 은행 일부 지점에서도 약 1조원 가량의 이상 외환거래가 포착됐으며, 다른 시중은행들도 외환 이상거래 의심 정황을 발견하고 금감원에 구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실제 무역 거래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돈을 보냈거나, 거래가 갑자기 폭증했거나, 가상 자산 거래소와 연루된 자금 등을 '이상 외환거래'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모든 은행에게 오는 29일까지 외환 이상거래 자체 점검 결과를 보고토록 했다"며 "이후 검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