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계정' 논란에 회사 신뢰도만 떨어져
NYT "머스크의 진의는 가격 재협상"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440억달러(약 57조3000억원) 규모의 인수 계약 파기를 통보하자 트위터는 소송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위터는 머스크 CEO에 인수 계약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소송을 위해 대형 로펌 로즌&캐츠(WLRK)를 고용한 상황이다.
WLRK에는 이번 사건이 심리되는 델라웨어주 형평법 법원에서 법관을 지낸 빌 사빗, 레오 스트린 등의 전관 변호사들이 있다며 "특히 WLRK의 파트너 변호사인 사빗은 건강보험사 앤섬, 부동산 중개사 소더비, 거대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로버츠(KKR) 등이 델라웨어주에서 거래나 인수에 차질이 생길 때 찾는 'A급' 변호인"이라는 설명이다.
트위터가 막강한 변호인단으로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회사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위터는 앞으로 나아갈 길에서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트위터 로고와 일론 머스크 계정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광고 매출 떨어질 위기에 회사 이미지만 나빠져
트위터는 매출의 90% 정도가 온라인 광고에서 나온다. 그러나 최근 몇 개월 동안 트위터는 거의 늘지 않는 광고 매출이 고민이었다.
회사의 2022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보면 '현금화 가능한 일일 활성 이용자 수'(mDAUs)는 2억2900만명으로 전문가 예상치인 2억2690만명을 웃돌았지만 매출은 레피니티브 전문가 예상치보다 3000만달러 적은 12억달러에 그쳤다.
즉, 성장하는 이용자 수만큼 매출이 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머스크가 계약 파기 이유로 든 것도 증가하는 이용자 수 만큼 늘지 않은 매출이었다. 회사가 그동안 예상보다 많은 가짜 계정을 숨겨왔다는 주장이다.
트위터는 전체 mDAUs 중 스팸과 봇 계정이 5% 미만이라고 주장해왔는데 머스크 측은 트위터가 "이를 입증할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관련 요청도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1억명이 넘는 팔로워수를 보유한 머스크는 자신이 느낄 때 스팸과 봇 계정이 20%는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트위터의 활성 이용자 중 상당수가 가짜 계정이라면 이전 수준의 광고료를 지불할 광고주는 없을 것이다.
올해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각 기업의 비용절감 등으로 큰 광고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트위터가 그동안 수많은 가짜 계정을 mDAUs에 포함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기업 신뢰도가 급락했다는 비판도 따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머스크가 계약 파기를 결정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트위터의 갑작스러운 정리해고에 있다. 트위터는 신규 채용을 전면 중단하고 신규 채용 부서 30%를 정리해고 했으며, 고위 임원 2명을 해고했다. 머스크 측은 "트위터가 인수 계약 후 정상적인 사업 과정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결국 그동안 트위터가 광고주들로부터 가짜 계정 규모의 실체를 숨겨왔고, 광고 매출 성장 둔화에 대규모 정리해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회사의 안 좋은 이미지만 널리 홍보한 꼴이 됐다.
◆ 인수 가격 낮추려는 머스크의 의도인가
트위터가 기업공개했을 당시인 지난 2013년 첫 거래 주가는 45.10달러. 그로부터 9년이 흐른 10일(현지시간) 주가는 36.81달러로 첫 거래가보다 못하다. 머스크가 인수를 선언했을 당시 제시한 주당 54.20달러란 가격이 너무 높다는 비판이 따랐다.
이에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트위터와 가격 흥정에 나서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금리 인상과 최근 테슬라 주가 하락 등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생겼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통상 인수하겠다는 회사 쪽에서 재협상을 위해 협상을 끝내겠다는 협박을 종종 한다"며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비통 모엣&샹동 헤네시(LVMH) 사례를 예로 들었다.
지난 2019년 미국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 인수를 선언한 LVMH는 2020년에 미국과 프랑스간 무역 분쟁을 이유로 돌연 인수 포기를 발표했다. 이후 재협상에서 4억달러 이상 인수 가격을 내릴 수 있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