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조원경 목사, 유고집·일기·관례홀기 등 1만여점 국학진흥원에 기탁
국학진흥원, "한국 근대사 다양한 모습 담겨...연구 지평 확대"
[안동=뉴스핌] 남효선 기자 = 전통 유가(儒家)의 교육을 받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한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해창(海蒼) 조병국(趙柄國, 1883~1954)선생의 1만여점에 달하는 일기와 유고집 등 기록자료들이 발굴돼 우리나라 근대사의 연구의 지평을 넓힐 것으로 주목된다.
특히 이번에 발굴된 기록자료 중 '유교와 기독교 의례가 융합된' '관례홀기'가 눈길을 끈다.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해창 조병국 의사의 유고집.[사진=한국국학진흥원]2022.07.08 nulcheon@newspim.com |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 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 동안 경산 하양무학로교회에서 1만여 점이 넘는 국학 자료를 인수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 자료는 하양무학로교회의 조원경 목사가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하고 또 수집해 온 것이다.
조원경 목사는 정성껏 보관하던 자료들을 한국국학진흥원에 선뜻 기탁하고, 활발한 연구 활용을 통해 가려져 있던 한국 근대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며 기탁 배경을 밝혔다.
이번에 기탁된 다량의 자료는 독립운동가 해창 조병국의 유고집과 일기, 관례홀기 등이다.
해창 조병국이 작성한 관례홀기.[사진=한국국학진흥원] 2022.07.08 nulcheon@newspim.com |
이 중 조병국 선생이 직접 작성한 관례홀기는 '유교적 전통 의례를 기독교와 혼합해 거행하면서 의식의 순서를 기록한 자료'이다.
관례홀기가 주목받는 것은 당시의 관례가 유교 의례에 의해 치러지던 시대임에 반해 '유교의례와 기독교의식이 융합된 절차를 담았다'는 점이다.
해당 자료는 조병국 선생이 당시 자신의 아들의 관례를 '예배당에서 유교식 절차인 삼가례(三加禮)를 치루고 사당 대신 예배당에서 아들의 관례를 마쳤음을 하느님께 고하는 것으로 의식을 종료'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번에 기탁된 자료 중에 또 주목되는 것은 300여 종에 달하는 일기 자료들이다.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이들 일기들은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걸쳐 그 시기가 넓고 다양하며, 일기 저자 또한 이름 없는 향교 직원부터 대종교 중진 나옹(裸翁) 성세영(成世英, 1885-1955)에 이르기 까지 그 출신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일제 강점기 당시 지식인 집단의 다양한 활동 양상을 규명할 수 있는 문서 자료도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국학진흥원 정종섭 원장은 "이번에 기탁된 수많은 일기 자료와 문서들은 한국 근대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가치가 있다"며 "본원을 믿고 소중한 자료를 맡겨주신 조원경 목사님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나옹 성세영의 '본사행일기' 1책.[사진=한국국학진흥원] 2022.07.08 nulcheon@newspim.com |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 조병국은 경북 청송 출신으로 단종 때 생육신 중 한 명인 어계(漁溪) 조려(趙旅)의 후손이다.
조병국은 이상룡의 소개로 안동 협동학교를 졸업하며 독립에 대한 의지를 키웠고, 1919년 3·1만세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때에는 청송 화목장터에서 조현욱, 신태휴와 함께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하다가 체포됐다.
조병국은 청송경찰서, 안동형무소, 대구형무소, 서대문형무소 등을 전전하며 3년 6개월의 옥고를 치렀는데, 서대문형무소 수감 당시 기독교를 접했다고 전해진다.
조병국은 이후 학교 설립과 복음 전파 등 교육 및 종교 활동에 전념했다.
이번에 자료를 기탁한 하양무학로교회 조원경 목사는 조병국 지사의 손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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