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 개최
교육교부금 개편 방향 설정
"학생수 감소로 교부금 줄여야" 논리 교육부 수용
서울시교육청, 매년 4000억~5000억 예산 감소 예상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전국 초·중·고교에 쓰이는 예산을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청간의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시도교육청과의 '교육재정 개편에 대한 논의' 없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매년 3조원 가량의 초·중등 예산이 고등교육에 쓰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낡은 학교 시설을 이용해야 했던 초·중·고교생들은 당분간 낙후 시설을 이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앞줄 가운데), 권성동 원내대표(앞줄 왼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과 윤석열 정부의 역할' 국회포럼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4.14 kilroy023@newspim.com |
정부는 7일 교육교부금 개편 등 내용을 담은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했다. 학령인구 감소 등 교육환경변화를 고려했다는 것이 교육부 측의 설명이다.
이날 교육부는 가칭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재원을 교육세 전입금과 정부 지원금 등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세 전입금은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3조6000억원이다. 초중등 교육에 사용되는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전입금과 교육세 전입금으로 구분되는데, 교육세가 고등교육에 활용되는 셈이다.
문제는 윤 정부가 출범 이후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 뜻을 밝혔음에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시도교육청과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앞서 지난 1월 문재인정부에서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선 추진단 회의가 열렸지만, 당시 회의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등 다른 분야 간 공동사업비 제도 운영' 등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60조원을 넘어서는 교육교부금 개편 여부를 놓고 교육부와 재정당국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난 20여년간 학생은 34% 줄었는데 같은 기간 교부금은 약 4배 증가해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재정당국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재정당국은 내국세의 20.79%를 교육교부금에 의무 배정하도록 한 현행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만18세 미만 학령인구는 지난해 48만명이었지만, 2040년에는 28만명으로 58% 수준까지 줄어드는 만큼 비율에 맞춰 줄어야 한다는 취지다.
초중등 교육으로만 사용하도록 한 교육교부금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른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표적으로 고등교육에서의 활용이다.
유·초·중등교육 분야와 고등·평생교육 분야간 투자 불균형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초중등교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132%였다. 고등교육은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인 66%에 불과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교육부도 고등교육 투자를 위한 재정 확보의 필요성에는 동의해 왔다. 하지만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65조원이었던 교육교부금이 추경과 전년도 잉여금이 합쳐지면서 16조원이 추가돼 역대 최대인 81조원을 넘어서자 결국 재정당국의 논리대로 흘러가게 됐다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교육청에 잇다.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4000억~5000억원 가량의 예산이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년간 시설 사업비 또는 교육 사업비 규모와 비슷해 관련 사업 추진이 전면 중지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전경 [사진 = 뉴스핌] |
한편 교육부도 현 정부에서는 미리 합의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각의 교육청 교부금 규모는 몇백억 안으로 조정될 거라고 보고 총 규모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교육 교부금 개편 관련된 여러 방안에 대해서 부교육감,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해 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수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태에서 재정혜택을 고등교육까지 연관시켜서 큰 관점에서 검토해야 교육부 역할을 제대로 해야 된다는 내부 판단 있었다"며 교부금 개편과 관련한 교육부의 입장 변화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교육교부금 개편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경제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저출산 가속화와 학령인구 감소를 더욱 야기할 것이며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wideope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