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글로벌·중국 특파원

속보

더보기

'인플레 →침체' 포커스 바뀐 글로벌 금융시장 하반기 향방은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상품 가격 하락조짐...채권시장은 이미 침체 신호
침체 리스크 고조에 연준 스탠스 변화 '시선집중'
하반기 긴축 중단 시 美증시 연초 수준으로 반등 가능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을 필두로 한 금융시장에서 상반기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 긴축 추진이 화두였다면 하반기에는 침체 및 연준의 스탠스 변화 가능성이 시장 주요 변수로 부상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물가상승세가 꺾였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 오르는 한편, 침체 경고음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이 침체 쪽으로 옮겨가면 연준 역시 긴축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완화로 다시 돌아설 수 있어 증시 등 자산시장에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평가다.

미국 달러화와 인플레이션 일러스트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인플레 피크아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빠르게 치솟던 상품 가격은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인플레이션 정점 조짐이 보이면 연준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상품 가격 하락이 인플레이션 둔화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밀, 옥수수, 구리에서 목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곡물 가격을 끌어올렸던 이상 기후,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봉쇄 조치 등이 완화하며 상품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60% 이상 치솟았던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3.9% 하락세로 2분기를 마감했다.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역시 106달러 근방에서 2분기를 마감했으며, 밀, 옥수수, 대두 등 곡물 가격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반이던 3월 말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원면(cotton) 가격도 지난 5월 초 찍은 고점 대비 30% 넘게 빠졌다.

건축 기초자재인 구리와 목재 가격 역시 2분기 각각 22%, 31% 급락했다. 런던금속거래소(LSE)에서 거래되는 산업용 금속 가격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분기 기준 최다 낙폭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루이스 네이블리어 네이블리어 앤드 어소시에이츠 창업자는 "상품가격 둔화는 인플레이션이 식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상품 선물시장 자금 흐름도 뒤집힌 모습이다. JP모간체이스의 트레이시 앨런 상품 전략가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까지 1주일간 상품 선물시장에서 약 150억달러(한화 약 19조5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왔다. 4주 연속 유출이다. 이로써 올해 상반기에만 약 1250억달러(162조5000억원)가 선물시장에서 유출됐다.

◆ 헤드라인은 '침체'로 도배

동시에 침체 경고음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 밥 슈워츠는 "인플레이션 언급이 줄어드는 동시에 침체 리스크가 점차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던 침체 가능성은 지난달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직접 시인하면서 기정 사실이 된 모습이다. 당시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의도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분명히 그럴 가능성은 존재한다"라면서 연착륙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후 월가에서는 이번 침체가 역대급이라는 경고까지 나왔고, 논란의 대상은 침체 수위로 옮겨가는 한편 침체 위기가 미국에 국한되지 않은 채 전방위로 퍼져나갔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유로 퍼시픽 캐피탈의 피터 시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침체가 완만한(mild)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침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호황기에 금리가 너무 낮게 오래 유지될수록 거품이 꺼졌을 때 바로잡아야 할 실수들이 늘어나는데 이번에 올 침체는 역대 가장 심각한 침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6일(현지시각)에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내년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했고, 이달 말 IMF가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었단 분석도 나오는 중으로, 미국 GDP 전망을 제시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GDP 나우' 예측 모델은 이달 1일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예측, 2개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실질적인 침체 국면임을 시사했다. 또 미국 의회조사국(CRS)도 미 경제 더블딥 가능성을 제기한 상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앞 황소와 곰 동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장서는 이미 침체 신호 'ON'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경기 침체 신호가 이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채권시장으로, 지난 5일 미국채 2년물 금리는 2.792%로 10년물 미 국채 금리 2.789%를 역전했다.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을 역전한 것은 지난 3월과 6월 일시적으로 같은 현상이 벌어진 데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다.

경기 영향을 받는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연 3.5%에 육박했으나 불황 가능성이 확산하면서 연 2.8%대로 내려왔지만, 연준의 금리 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자이언트스텝(75bp 인상) 등으로 상승하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한 것이다.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은 통상 경기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진다.

침체 우려는 외환 및 귀금속 시장도 강타하고 있다.

침체 불안 속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흐름에 미 달러화의 가치는 20년래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6일 기준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107.04까지 오른 상태다. 반대로 금 값은 달러 강세 부담으로 6개월래 최저치까지 밀렸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8월물은 1.6% 하락한 온스당 1736.5달러에 마감됐다.

지난 50년래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미국 증시는 하반기가 시작된 뒤 반등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는 있으나 침체 및 실적 악화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그나마 침체로 인한 연준의 스탠스 변화 가능성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실낱 같은 희망이 되고 있다.

◆ 연준 반전으로 美 증시 반등 기대감 '모락'

침체 경고음이 고조되는 것 자체는 시장에 악재이나 연준의 긴축 반전 가능성은 단기 호재일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연준의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9월을 기점으로 매파 기조에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는 9월부터 연준이 이전보다는 다소 덜 공격적인 긴축 스탠스로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조가 달라진다면 미 증시에는 제대로 된 반등 촉매제가 될 수 있다"라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잡힌다는 신호만 나온다면 4분기 중 연준이 덜 매파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IB들 S&P500 연말 전망치 [사진=CNBC 리서치] 2022.07.05 kwonjiun@newspim.com

페퍼스톤그룹 리서치 대표 크리스 웨스튼 역시 연준이 9월 2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대대적인 스탠스 변화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연준이 더 완화적 스탠스로 돌아선다면 연말까지 증시에 리스크 선호심리가 촉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슬라브 마테이카가 이끄는 JP모간 전략팀 역시 하반기 중 연준의 매파적 성향이 정점을 찍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증시 매도세가 같은 시기에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7월과 9월 금리 인상을 지나면서 점차 균형을 잡을 것이며, 하반기 중 증시 매력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에는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까지 나와 눈길을 끈다.

데스티네이션 웰스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요시카미 창립자는 "연준이 여러 강력한 신호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려고 할 것이고, 이는 결국 경제 성장을 둔화시켜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상승)이나 경기침체를 촉발하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연준이 올해 말 금리 인하에 다시 나서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이체방크 최고투자책임자(CIO) 크리스찬 놀팅은 연준이 지금 긴축을 더 빨리 추진한 뒤 나중에 속도를 다소 늦출 것이라면서, 오는 8월 있을 잭슨홀 심포지엄서 시장이 추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대형은행 유니크레디트의 에릭 닐슨 수석이코노미스트와 독일계 투자은행 베렌버그는 연준이 내년 말에 금리인하에 착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렌버그는 "연준이 내년(2023년) 4분기부터는 인플레이션 완화와 실업률 급증을 비롯한 경기 침체 상황에 직면할 것이며, 이에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에 3.5~3.75%에서 정점을 찍고 동결되다가 연말부터 인하되기 시작해 2024년 말에는 2.75~3%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시장 최대 악재인 연준의 긴축 추진이 이처럼 하반기 중 반전되면 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미국 증시가 연말까지는 상반기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할 것으로 점쳤다.

이달 초 CNBC가 소개한 주요 투자은행(IB) 전략가들의 연말 S&P500 지수 전망치에 따르면 지수는 하반기 중 낙폭을 대부분 만회해 연말 마이너스 3% 정도의 하락을 기록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을 가장 낙관한 전문가는 오펜하이머의 존 스톨스푸스로, 연말 S&P500지수가 533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 대비로는 11% 정도 상승한 수치다. 반대로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한 사람은 마이크 윌슨 모간스탠리 전략가로, 연말 지수가 3900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kwonjiu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사진
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