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제작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어
호주 원주민 사회의 독특한 색채 응축된 30여점 선보여
화가로 활동한 9년여간 2천점 넘는 캔버스 그림 남겨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7월 3일부터 11월 6일까지 호주 원주민 예술가 미르디딩킹아티 주완다 샐리 가보리(Mirdidingkingathi Juwarnda Sally Gabori, 1924-2015)의 단독 전시를 진행한다. 샐리 가보리의 이번 전시는 호주 외부에서 진행되는 최초의 전시다.
샐리 가보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 가장 위대한 호주 현대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녀는 거의 80세가 된 2005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후 빠르게 아티스트로서의 국제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그녀는 2015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다른 현대 원주민 작품들과 확연히 구분된 독창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컬러풀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샐리 가보리의 전시는 자연스럽고 찬란하면서도 심오한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관람객을 매료시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호주 원주민 세계의 독특한 색채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주완다 샐리 가보리 생전의 모습 [사진= © Simon Strong,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2022.07.07 digibobos@newspim.com |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샐리 가보리의 최초 개인전을 기념하여 세계 각 지역에서 누구나 쉽게 온라인에 접속해, 그녀의 매혹적인 작품과 스토리텔링을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프로젝트를 함께 공개한다.
이 특별한 온라인 프로젝트는 샐리 가보리의 작품 세계 뿐 아니라 카야딜트 커뮤니티 그리고 문화적 유산 등 현재까지 편찬된 방대한 자료를 세심히 모아 아카이빙해 제작된 별도의 웹사이트이다.
샐리 가보리를 위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이 온라인 프로젝트는 △자연음향학자이자 아티스트인 버니 크라우스, △사진작가 클라우디아 안두자르, △영화 감독 아르타바즈드 펠레시안에 이어 4번째다.
까르띠에 현대 미술 재단의 새 전시 '미르디딩킹아티 주완다 샐리 가보리(Mirdidingkingathi Juwarnda Sally Gabori)'는 현대 미술 재단과 해당 웹사이트(http://sallygabori-fondationcartier.com/)에서 동시에 만나 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주완다 샐리 특별 온라인 웹사이트 [사진=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2022.07.07 digibobos@newspim.com |
◆ 카야딜트, 피난 중의 삶
미르디딩킹아티 주완다 샐리 가보리는 1924년경 호주 북부 퀸즐랜드 해안에서 떨어져 있는 카펜타리아 만(Gulf of Carpentaria)의 벤팅크 섬(Bentinck Island)에서 태어났다. 작가는 카야딜트(Kayardilt)어를 하는 카야딜트의 여성으로서, 그녀의 이름 미르디딩킹아티 주완다는 모든 이들의 이름을 태어난 장소와 토템 선조(totemic ancestor)에 따라 붙여야 한다고 규정한 카야딜트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르디딩킹아티는 샐리 가보리가 벤팅크 섬 남쪽에 위치한 작은 계곡인 미르디딩키(Mirdidingki)에서 태어났음을, 그리고 그녀의 '토템 동물'은 '주완다' 즉 돌고래라는 것을 의미한다.
1944년 대부분 고립되어 있던 125명으로 이뤄진 카야딜트는 유럽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온 호주 해변가의 마지막 남은 원주민들이다. 샐리 가보리와 가족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벤팅크 섬의 천연 자원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전통적인 삶을 살았다. 대부분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낚시, 섬의 해안 경계를 따라 놓는 돌 낚시-덫(stone fish-traps) 관리, 천연 섬유로 바구니 엮는 일 등을 맡았다.
1919년 벤팅크 섬 북부로 와 모닝턴 섬(Mornington Island)에 정착한 장로교 선교단은 1940년대 초부터 계속해서 카야딜트를 포교하기 위해 설득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1948년, 사이클론과 해일이 카야딜트 땅의 많은 부분을 휩쓸고 지나가며 카야딜트의 생활 터전을 파괴했다.
이로 말미암아 샐리 가보리와 그녀의 가족을 포함한 36명의 마지막 남은 카야딜트 주민들은 모닝턴 섬의 장로교 선교단이 있는 곳으로 피신했다. 일시적일 것이라 믿었던 이 도피는 결국 수십 년간 이어졌으며, 카야딜트는 모닝턴에 도착해 해변가에 있는 캠프에 머물렀다. 그들은 모국어 사용을 금지당했고, 결과적으로 문화와 전통에는 균열이 생겼다.
1990년대부터 원주민 땅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오랜 기간 투쟁을 벌인 결과 호주는 마침내 카야딜트 땅의 권리를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벤팅크 섬 나이나일키(Nyinyilki)에 작은 기지가 세워졌다. 이에 샐리 가보리를 포함한 카야딜트 원주민들은 그토록 갈망하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 고향을 그리다
샐리 가보리는 2005년 80세가 넘는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추상적으로 보이는 듯하지만 그녀의 그림은 자신, 가족 그리고 스스로가 속한 원주민과 연결되는 깊은 의미를 지닌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의 고향에 대한 표현인 것이다. 그녀의 고향이기도 한 벤팅크 섬 위 다양한 장소를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샐리 가보리와 그녀의 가족들의 이름에도 담겨 있지만 그들은 거의 40년 간 그곳을 방문하지 못했다. 그녀가 그린 장소들은 또한 카야딜트 땅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벌인 투쟁과 연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샐리 가보리의 그림은 카야딜트의 상징적인 전통 외에도 끊임없는 상상력과 대담하고 자유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카펜타리아 만의 날씨는 드라마틱하게 변화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풍경 속 빛의 무한한 변화가 그림에서 더욱 풍성하게 표현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Dibirdibi Country-2008-02 2022.07.07 digibobos@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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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Nyinyilki-2011-01 2022.07.07 digibobos@newspim.com |
샐리 가보리는 컬러 조합, 형태의 상호작용, 텍스처가 느껴지는 표면, 다양한 형식을 보여주며 9년 간의 예술가로서의 활동 기간 동안 2천 점이 넘는 캔버스 그림을 그렸다.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라는 공간 속에서 그림이라는 표현 방식을 통해 다양한 원천을 탐색했다.
샐리 가보리는 처음에는 얇은 붓과 희석하지 않은 물감으로 작은 크기의 작품을 그렸다. 2007년, 6m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캔버스로 전환했지만 컬러를 사용하는 본연의 활기 넘치는 제스처와 대담함을 고수했다. 같은 해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온 것에서 영감을 받아 광대한 사이즈를 시도하며 자신에게 친근한 몇몇 장소들을 그려 넣었다.
작가는 도피하기 전 벤팅크 섬에서 태어난 자매, 조카들과 함께 공동으로 길이 6m에 달하는 세 점의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 활동의 말미로 향하며 자신의 딸 아만다(Amanda), 엘시(Elsie)와 함께 여러 점의 큰 작품들을 그렸고, 다른 딸인 도로시(Dorothy)와 헬레나(Helena)에게는 모닝턴 섬 예술 & 공예 센터(Mornington Island Arts and Crafts Centre)에 합류하도록 권했다.
2015년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브리즈번의 퀸즐랜드 아트 갤러리의 현대 예술 갤러리(Queensland Art Gallery- Gallery of Modern Art),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Victoria)에서 2016년과 2017년 그녀를 회고하는 대규모 전시를 선보였다. 그녀의 작품은 현재 호주의 가장 중요한 공공 컬렉션 일부에서 소개되고 있다.
◆ 발견으로 이끄는 전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샐리 가보리의 커리어를 관통한 인상적이고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포함한 캔버스 30점을 선보인다. 딸을 포함한 다른 카야딜트 예술가들과 함께 한 세 점의 공동 그림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퀸즐랜드 아트 갤러리, 호주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 뉴 사우스 웨일스 주립 미술관(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홈 오브 더 아츠(Home of the Arts, HOTA) 등의 유수 호주 갤러리들과 케 브랑리 박물관 – 자크 시라크(Musée du Quai Branly – Jacques Chirac)에서 특별히 대여해준 작품을 포함해 개인 컬렉터들로부터 대여한 피스들 덕분에 대중들은 이 전시에서 놀라운 색채의 화가를 만날 수 있다. 자신이 속한 원주민 역사에 심오하게 연결된 예술가의 놀랍도록 현대적인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명상과 상상의 시간으로 인도하는 이 놀라운 전시와 함께 샐리 가보리의 가족, 카야딜트 커뮤니티와 긴밀하게 협업해 예술가 샐리 가보리의 삶과 작품에 할애한 웹사이트를 제작했다.
그녀의 풍성한 작품 세계와 더불어 그녀가 자신을 계승하는 카야딜트의 다음 세대에게 남긴 중요한 문화적 유산을 보여준다. 이 전시를 위해 호주에서 수집한 수많은 문서와 자료를 담고 있는 이 사이트는 샐리 가보리와 카야딜트 원주민의 역사와 관련해 축적한 가장 포괄적인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다.
digibobo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