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찰국 신설 토론회는 참가자와 취재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전에 배포된 홍보 책자는 금세 동이 났고 토론회를 주관한 이만희 의원은 "바쁘신 일정에도 많은 의원들이 찾아주셨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토론회는 행정안전부가 31년만에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하고,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이틀 만에 열렸다. 전례없는 초유의 상황이라서 그랬을까. 토론회에는 당사자인 경찰은 없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행정학과 교수, 보수단체 대표만 참석했다. '경찰'없는 경찰국 토론회가 된 것이다.
강주희 사회부 기자 |
참가자들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한 일선 경찰들의 반발을 비판하며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통제해야 한다는 정부 기조에 발을 맞췄다. 급기야 새 정부의 대통령실이 권력 기관을 직접 통제하려는 유혹을 내려놓고,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행정기능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한 보수단체 대표는 때아닌 음모론까지 설파했다.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경찰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를 '전위대'에 비유하며 "직협 뒤에 전공노, 민주노총,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해 윤석열 정부와 정치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안에 대한 질의보다 정부 정책 옹호로만 기울여지니 토론회 취지는 점점 무색해졌다.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은 행안부 산하 경찰제도개선위원회가 한 달 남짓 네차례 회의 끝에 내놓은 권고안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검경수사권으로 확대된 경찰 권한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경찰국 신설에 따른 국민의 우려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
행안부가 소통 없는 일방통행을 자처했는데도 집권여당은 문제제기를 하기는커녕 여론전을 벌이며 오히려 갈등에 불을 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 16명 중 5명은 경찰 출신 의원들이다. 이들 중 누구라도 경찰 통제 비판의 이유를 헤아리거나, 일선 경찰 한 명이라도 초청했더라면 이날 토론회는 조금이라도 균형점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검경수사권으로 막강해진 경찰 권한에 대한 통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몰아갈 일은 아니다. 행안부의 경찰 통제안이 경찰의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만큼 긴 시간을 가지고 걸맞은 논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국회가 열어야 한다. 특히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경찰 통제 방안을 밀어붙이는 정부에 급하게 발을 맞출 게 아니라 국민과 경찰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논의의 자리를 열고, 차분하게 귀를 귀울어야 한다. 소통과 협치는 여당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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