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난달 말부터 카카오톡 최신 업데이트 심사 거절
카카오, 이용자 편의 위해 웹결제 아웃링크 당분간 유지할 것
방통위 "진행상황 구체적으로 살핀 뒤 판단할 것"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수용하지 않은 카카오를 상대로 업데이트 심사 거부에 나섰다. 카카오는 이용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당분간 웹결제 아웃링크를 유지한다는 입장으로 양사의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카카오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달 말부터 인앱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카카오톡의 최신 버전 업데이트 심사를 거절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구글 인앱결제 정책이 시작되는 6월 이전에라도 이용자에게 이모티콘 플러스 등 구독 상품을 기존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웹결제 아웃링크를 추가해서 지난 5월말 카카오톡의 업데이트를 진행한 바 있다"며 "이용자들이 결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 방법을 함께 안내하는 현재 방법을 당분간 유지하고자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카카오는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다음 검색을 통해 카카오톡 최신 버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과 관련해 추가적인 조치에 나서기 전까지 당분간은 웹결제 아웃링크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게 카카오의 입장이다.
카카오가 다음에 공지한 카카오톡 다운로드 안내문. [자료=카카오톡] |
◆ 구글 대 카카오, 인앱결제 의무화 조치 두고 힘겨루기 시작
구글은 올해 4월부터 구글 플레이를 통해 배포되는 앱 중 인앱결제를 제공하는 앱은 반드시 구글이 개발한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한다는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는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앱 개발사가 약 10~30%에 달하는 수수료를 구글에 지불해야한다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크게 반발을 사고 있다.
국회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조치에 대응했지만, 규제권한을 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상황은 '구글 대 카카오'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구글 CI.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인앱결제 의무화로 불필요한 지출이 생기는 상황인 만큼 당연히 고양이(구글) 목에 방울(규제)을 달고 싶어지만, 막강한 파워를 지닌 구글을 상대로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구글 갑질 방지법이 마련됐지만 방통위 입장에서도 그간 분명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구글을 강제 수사할 수 없어 난감했는데 이번 구글의 업데이트 심사 거절 조치로 인해 수사할 명분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방통위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현재 구글이 어떤 이유로 심사를 거절한 것인지 업데이트를 거부한 것인지 업데이트 심사 자체를 거부한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확인 중에 있다"며 "구글과 카카오의 입장과 진행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구글의 업데이트 심사 거부는 불법 행위...방통위 조사 명분 얻어
전문가들은 구글의 이번 업데이트 심사 거부 조치를 기점으로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연계해 구글과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연계하면 구글도 앱 생태계를 고려해 인앱결제 강제 조치를 무작정 밀어붙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앱 마켓의 84%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인앱결제 의무화로 플랫폼 업체들의 이용 요금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수수료가 낮은 '원스토어'와 같은 토종 앱마켓으로 입점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국내 사업자 입장에서는 구글과의 소송이나 구글 플레이에서의 앱 삭제 등이 수익에 타격을 주는 만큼 아웃링크를 유지하는 등의 우회적인 방법을 쓰는 것인데 (만약에 구글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웹 결제 제3자 방식의 아웃링크를 계속 이용한다는 이유로 앱 삭제 조치에 나서면 방통위가 사실조사에 착수해 과징금을 부과하면 될 일"이라며 "구글의 업데이트 심사 거부는 방통위가 구글의 위법 행위에 대해 사실 조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통위는 플랫폼 업체들로부터 신고를 받아서 직접 조사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신고를 받지 않고도 인지 수사 형식으로 구글의 위법 행위를 조사할 수 있다"며 "카카오는 인앱결제 정책을 유지하면서 (이용자 편의를 위해) 아웃링크도 겸한 것인데 구글이 여기에 업데이트 심사를 거부한 것인 만큼 이 행위 자체는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dconnec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