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조항 헌법소원 청구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보이스피싱 범행과 무관한 사람이 재화 또는 용역을 제공한 대가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입금받은 경우, 해당 계좌의 명의인이 전자금융거래의 제한을 받는 것은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7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피해자가 피해구제 신청을 하는 경우 사기이용계좌를 지급정지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4조 제1항 제1호와 제13조의2 제1항 등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 2022.06.16 kimkim@newspim.com |
앞서 청구인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B씨 명의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문화상품권을 판매하고 우리은행 계좌로 판매대금 82만8000원을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해당 판매대금은 보이스피싱 범인에게 기망당한 피해자가 B씨 명의로 A씨 계좌에 송금한 것이었다.
피해자는 송금 직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구제 신청을 했다. 이로 인해 피해금이 입금된 우리은행 계좌 및 A씨 명의의 모든 계좌에 지급정지 조치와 함께 전자금융거래 제한 조치가 이루어졌다.
A씨는 이의제기를 신청했으나 피해금이 최초 입금된 우리은행의 경우 한 달이 경과하도록 지급정지 및 전자금융거래 제한 조치를 해제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금융회사는 피해구제 신청 또는 지급정지 요청이 있는 경우 거래내역 등의 확인을 통해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사기이용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면 즉시 해당 계좌의 전부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조항과 "지급정지조치 통지를 받은 명의인의 전자금융거래를 처리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에 대해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사기이용계좌에서 피해금을 먼저 인출한다면 피해자는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인한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우므로 피해구제 신청에 따라 신속히 지급정지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은 동일한 계좌를 이용하여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으므로 어느 한 피해자의 피해구제 신청으로 사기이용계좌라는 점이 드러난 경우 피해금 상당액을 넘어 사기이용계좌 전부에 대해 지급정지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범죄와 무관한 사람의 계좌에 피해금이 입금되고 범인은 그 계좌 명의인으로부터 재화 또는 용역을 제공받은 경우 객관적인 자료를 소명하여 이의제기를 하면 지급정지 조치가 해제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의제기를 했음에도 금융회사가 부당하게 지급정지 조치 종료를 지연함으로써 계좌 명의인이 손해를 입는다면 금융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헌재는 "다만 피해자의 지급정지 신청 후 계좌 명의인의 이의제기가 있기 전까지는 피해금이 입금된 계좌가 범인이 지배하여 이용한 계좌인지 아니면 범행과 무관한 자의 계좌인지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며 "사후적으로 사기와 무관함이 밝혀진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에게 지급정지 조치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볼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지급정지조항으로 인해 계좌 명의인의 재산권이 일시적으로 제한될 수는 있으나 그 정도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구제하려는 공익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지급정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상 지급정지 및 전자금융거래 제한 조치에 대해 처음으로 판단한 사건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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