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나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5년 만에 홍콩을 방문했다.
이는 2017년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 기념식 참석에 이어 5년 만의 홍콩 방문이자 코로나가 발생했던 2020년 이후 2년 6개월 만에 중국 본토를 벗어난 첫 순방이다.
시 주석은 이날 약식연설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강력한 생명력을 지녔으며 홍콩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보장하고 홍콩 동포의 안녕을 수호하는 좋은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국양제를 흔들림 없이 견지한다면 홍콩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고 홍콩은 반드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더 새롭고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홍콩 반환 25주년을 맞아 다시 홍콩에 와서 매우 기쁘다"며 "항상 홍콩을 바라보며 걱정했고 내 마음과 중앙 정부의 마음은 항상 홍콩 동포와 함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홍콩은 한동안 가혹한 시련을 겪었고 위험한 도전을 이겨냈다"며 "비바람을 딛고 다시 태어난 홍콩은 왕성한 생기를 보인다"고 말했다.
[홍콩 로이터=뉴스핌]주옥함 기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을 하루 앞둔 30일 고속열차 편으로 홍콩 서구룡역에 도착해 연설하고 있다. 2022.07.01.wodemaya@newspim.com |
영국과 중국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더라도 2047년까지 50년간 고도의 자치권과 함께 홍콩의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국양제에 합의했다.
그러나 일국양제는 이미 유명무실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친중파의 홍콩 통제를 위한 선거법 개정을 강행하는 등 홍콩의 자치권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쉬즈펑(許智峰) 홍콩 민주당 전 입법회 의원은 이날 시 주석의 연설을 겨냥해 "인권과 자유가 사라진 홍콩에 일국양제는 없고 일국일제(一國一制·한 국가 한 체제)만 있을 뿐"이라며 "홍콩 교도소에는 이미 천여 명의 정치인이 수감돼있고 홍콩은 이전에 누렸던 자유를 완전히 박탈당했다"고 분노했다.
미국 등 서방도 강하게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30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7월 1일은 일국양제 프레임워크에 따라 약속된 50년의 중간 지점이지만 홍콩과 베이징 당국이 이런 비전의 한 부분으로 민주적 참여와 근본적 자유, 독립적인 언론을 보지 않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야당 인사를 투옥했고 많은 수감자가 1년 이상 갇혀있다"며 "홍콩 지도자들은 독립적 언론 기구를 급습하고 박물관을 폐쇄하는 등 민주주의 제도를 약화했으며 선거를 지연시키고 현직 의원의 자격을 박탈하는 한편 충성서약도 제도화했다"고 덧붙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 영상으로 "중국은 1997년 홍콩 반환 시 합의한 일국양제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영국은 25년 전 시민들과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홍콩이 홍콩인에 의해 홍콩인을 위해 통치되도록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신화사=뉴스핌]주옥함 기자=30일 홍콩 특별행정구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캐리 람 홍콩특구 행정장관과 남편 시우포 람이 영접하고 있다. 2022.07.01.wodemaya@newspim.com |
한편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전용 열차 편으로 30일 오후 홍콩 서구룡역에 도착했다. 5년 전 시 주석은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방문했지만 이번엔 고속 열차를 활용했다. 시 주석이 이용한 열차가 홍콩과 중국 50여 개 도시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중국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2017년 시 주석 방문 당시 수 천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거리로 나왔던 것과 달리 올해는 꽃다발을 든 초등학생과 시민들이 시 주석을 반기는 모습이 연출됐다. 로이터통신은 민주적 성향의 정치인과 활동가들은 투옥됐거나 홍콩을 떠났다며 시 주석의 홍콩 방문은 반대세력 소탕과 중국의 영향력을 선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홍콩은 반환 25주년 기념식이 열릴 완차이 홍콩컨벤션센터와 홍콩과학공원 등 지역을 봉쇄했다. 삼엄한 경비 속에 관영 매체 외에 외신 기자들의 취재도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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