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장예비심사 7개월째 미승인
정유업 '초호황'이지만 증시 침체 '고민'
HD현대, 자금 조달 급하지 않다는 얘기도
업계 "정유업 미래 장담 못해...이번에 해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세 번째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는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예비 심사가 길어지면서 업계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2대 주주 아람코와의 계약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해석과 글로벌 증시 침체‧정유업 초호황 등으로 IPO에 미온적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정유업이 장기적으로 위축이 불가피한 만큼 IPO를 철회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13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7개월 여가 흘렀지만 아직도 통과되지 못했다. 예비심사는 통상 영업일 기준 45일이 소요된다. 거래소 인사로 심사 개시가 늦어졌고, 2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맺은 주주 간 협약 내용이 문제가 되면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 공장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
아람코는 지난 2019년 12월 현대오일뱅크에 약 1조3000억 원을 투자해 2대 주주(지분율 17%)가 됐다. 문제는 당시 이사 선임권 등 아람코에 유리한 조항들도 맺어졌는데 거래소가 이에 대해 상장 이후 경영 안전성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요 경영진들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해 아람코를 설득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증시 부진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현대오일뱅크도 고민이 깊어졌다. 현대오일뱅크는 과거 2012년과 2018년에도 IPO를 추진하다 중간에 접어 이번 만큼은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몸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로 주요 기업들도 연이어 IPO 철회, 보류를 결정하고 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기업 가치를 최소 8조~10조원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3년 전 아람코로부터 8조원 밸류로 프리IPO를 유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IPO에 나선 기업들이 줄줄이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면서 "당장 실적이 좋다고 정유사를 살 이유도 없다. 상장될 즈음 우크라이나 전쟁,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변동 등 모멘텀이 많이 꺾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 이후 의무보호예수(락업) 기간 등으로 고려하면 올해보다 내년 상반기가 더 업황이 좋다는 보장이 있어야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텐데 기대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유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현재 상황에서 IPO를 미룰수록 이익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PO는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데 증시도 안좋고,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HD현대가 올해 초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되면서 급할 일이 없다"며 "정유업이 초호황을 보이면서 상반기에만 3조 원, 올해 4조~5조 원의 영업이익이 기대돼 이를 배당금으로 돌리면 HD현대 입장에서는 더 큰 이익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비상장사는 상장사보다 배당성향이 높다.
그럼에도 정유업의 미래 전망에 대한 우려로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유업은 전기, 수소 등으로 자동차 연료가 전환되면서 위축이 불가피한 만큼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번에 IPO를 완수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런 가운데 상장 지연 관련 "현재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