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 지역 입주 물량 늘고 서울 공급 물량 '반토막'
재건축‧재개발 조합‧시공사, 공사비 증액 놓고 갈등 고조
"분상제‧재초환‧안전진단 규정 완화로 정비사업 활성화 필요"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서울 지역의 '분양 빙하기'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 보다 60% 이상 감소하면서 실수요자들의 한 숨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임대차3법과 더불어 분양가 상한제(분상제)‧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정밀안전진단(안전진단) 등 재건축‧재개발 대못 규제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지역 조합들이 정비사업을 미루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하 건설원자잿값 상승과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건설사들이 신규 아파트 공급에 망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서울지역의 공급 확대를 위해 임대차3법과 분상제와 재초환‧안전진단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급 가뭄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6.15 ymh7536@newspim.com |
◆ 올 하반기 신규 아파트 공급‧입주물량 '반토박'
1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8326가구(예정 포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28%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가뭄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 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8326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4095가구) 보다 69.28%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년 전인 2020년 하반기(2만2925가구)와 비교하면 60% 이상 줄어든 수치다. 반기 기준으로 봤을 때 2016년 상반기 이후 6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은 입주물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천과 경기 지역의 입주물량은 증가세다. 올 하반기 인천 지역의 입주 물량은 1만942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3544가구)보다 30.27%가 공급될 예정이다.
경기도 지역의 하반기 입주 예정 물량은 7만 2983가구로 전년(5만 8905가구) 보다 1만4078가구 입주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인천과 경기지역의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서울 지역의 공급 가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서울 지역에서 분양한 1000가구 이상 단지는 2곳에 불과하다. 올해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는 전국에 22곳 공급됐는데 이 중 서울에 위치한 단지는 '북서울자이폴라리스' 등 두 곳에 그쳤다.
하반기 역시 서울 지역의 공급 물량도 상반기와 같은 수준에서 그칠 전망이다. 올 하반기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 엘리니티(1048가구)가 오는 8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구로구 고척동 고척아이파크(1459가구)가 10월 입주를 시작한다.
[서울=뉴스핌]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공사 현장 전경. [사진=유명환 기자] 2021.09.27 ymh7536@newspim.com |
◆ 서울 정비사업 최대어 곳곳서 공사 중단 사태
공급 가뭄은 서울 지역의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단지들의 조합원 갈등에서 비롯됐다.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와 동대문구 이문 1‧2구역‧잠실진주 등에서 올해 예정됐던 분양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이들 단지에서는 올해 서울 지역 분양 물량 중 61%에 달하는 2만8844가구가 나온다. 하지만 분양 연기‧공사중단‧사업 변경 등으로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태다.
특히 1만2032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기대됐던 둔촌주공의 경우 공사비 증액 계약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결국 대주단이 대출연장을 거부하고 있어 조기 사업 속개가 어려워졌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송파구 잠실진주는 공사 현장에서 삼국시대 유물이 발견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해당 단지는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아 철거와 이주까지 끝내고 지난해 12월에 착공에 들어간 상황이다. 총 2678가구 규모로 짓는 이 단지는 당초 올해 하반기 819가구 일반분양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물이 발굴되면서 이 같은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법적 분쟁도 우려된다. 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 해지를 위해 24일 정기총회에서 HDC현산·삼성물산 시공단 계약 해지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조합은 HDC현산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기에 건설산업기본법상 도급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제 계약 해지에 나설 경우 시공사와 손해배상청구 등의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시공사와 법적 분쟁이 확산되면 일반분양 지연을 피할 수 없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641가구) 재건축은 올해 5월로 예정됐던 분양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조합과 전 시공사였던 대우건설 간 계약 해지 법적 분쟁이 주원인이다. 대우건설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건이 기각되면서 시공사 교체를 둘러싼 소송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분양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공급 가뭄 현상이 지속될 경우 아파트 분양‧매맷값 등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일부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오른 공시지가를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여기에 조합과 시동단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분양 일정을 미루는 곳들이 많아지면서 서울 지역의 공급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분양가 문제 등으로 서울 아파트 분양이 올해로 대거 이월됐는데 일단 상반기 분양 물량이 대거 하반기로 이월될 분위기"라며 "여기에 원자잿값 상승과 금리 인상 여파로 인해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분상제와 재초환‧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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