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증가에 폴리실리콘 가격 고공행진
'비중국' 메이커 강점…실적 전망치 ↑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태양광 수요 확대에 OCI가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유가가 크게 오른 것을 비롯, 전반적인 에너지 비용이 급증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부각된 영향이다.
8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가격이 강세를 이어가면서 OCI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크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발전 모듈의 원재료로, 이를 녹여 잉곳을 만들고, 다시 이것을 잘라 웨이퍼를 만든다. 이 웨이퍼에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셀을 붙여 모은 것이 모듈이다.
이 폴리실리콘 가격이 태양광 설치 수요가 늘면서 가파르게 증가, 2년 전 kg당 6달러 수준이던 것이 지난해 하반기 30달러를 넘은 뒤 현재까지 30달러 대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 통계에서도 지난달 마지막 주 기준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32.28달러다.
OCI 측은 "폴리실리콘 가격이 2년 전만 해도 6달러였는데 지금은 30달러까지 올랐다"며 "피크 아웃 우려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견조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OCI가 2014년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한 알라모2 태양광 발전소. [사진=OCI] |
이에 따라 OCI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OCI의 올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연결 기준) 전망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매출 예상치는 1년 전 2조5962억 원에서 6개월 전 3조9838억 원으로 늘더니 이달 현재 4조4840억 원으로 다시 조정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05억 원, 8411억 원, 8630억 원 순으로 커졌다.
앞서 OCI는 지난해 영업이익 6521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9년 적자로 돌아선 후 이듬해 적자가 이어지다 3년 만에 반등한 것. 같은 해 매출은 3조2440억 원으로 한 해 전인 2020년보다 62.0% 늘었다.
이런 가운데 태양광 설치 수요 전망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 BNEF가 전망한 2022년 설치 수요가 200~220GW에서 최근 240GW로 상향됐다"며 "러시아-우크라 사태로 인한 유럽국가들의 탈러시아 에너지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며, 넷 제로(Net-zero) 정책 강화와 원유 및 가스 가격 상승으로 태양광 발전의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실적 흐름도 양호한 편이다. OCI 측은 "2분기에도 지난 1분기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OCI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61억 원, 영업이익 162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75.4%, 영업이익은 244.6% 증가한 수치다. OCI 전체 매출에서 폴리실리콘 사업이 포함된 베이직케미컬 부문 비중은 지난 1분기 기준 36%를 차지하고 있다.
한 가지 우려 사항은 중국 등에서의 신규 증설 물량인데, 아직 크게 부담될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0년 본격적으로 반등한 폴리실리콘 업황 호조세는 시장의 우려(신규 증설 영향으로 가격 약세 전환 가능성)와 달리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이 우려하던 2022년 연간 폴리실리콘 신규 증설 규모는 최대 69만 톤인데, 공격적으로 제시된 폴리실리콘 증설 전망에도 기존 폴리실리콘 기업들에 기회 요인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노 연구원은 석탄·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중국 내 신규 기업들의 가동여건이 부정적인 점, 제조원가 상승과 중국 지방정부의 보조금 지원 중단 가능성으로 마진 보존을 위한 중국 폴리실리콘 생산기업들의 판가 상승 여지가 남겨진 점이 그 기회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로고=OCI] |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과 원자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등 중국 이외 지역의 폴리실리콘 기업으로서 OCI의 수혜도 기대된다. 실제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최근 태양광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하고 태양광 발전 확대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가격은 향후 증설 물량 출회로 일부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강한 태양광 수요와 폴리실리콘 원가인 전력요금 상승을 감안하면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아울러 중국 이외 지역 폴리실리콘 확보를 위한 수요가 크다는 것도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이지연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의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태양광제품 선호에 따라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OCI의 폴리실리콘 제품 판매가 더욱 유리한 상황"이라며 "최근 OCI와 한화솔루션의 12억 달러 규모 폴리실리콘 10년 장기공급계약이 이를 방증한다"고 언급했다.
OCI는 2020년 2월 국내 폴리실리콘 공장 대부분을 전력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말레이시아로 이전했다. 특히, OCI의 말레이시아 공장은 친환경 발전원인 수력발전을 통해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ESG 경영 기조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OCI 측은 "원자재 사이클을 감안했을 때, 중국 쪽 증설 물량이 나오는 내년 하반기 무렵에 (폴리실리콘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다만, "비(非)중국 폴리실리콘 제조 메이커라는 기본적인 이점이 있다"면서 "한화솔루션과의 장기 공급계약도 새로운 판로를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