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로 명예훼손"…한겨레·기자 상대 소송
"일부 허위사실 적시 인정되나 손배책임은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회 부의장을 지낸 심재철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수사기관에 허위 자백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13부(강민구 부장판사)는 8일 심재철 전 의원이 한겨레신문과 소속 기자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이 3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3.17 kilroy023@newspim.com |
재판부는 심 전 의원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기사 내용에 대해 대부분 1심과 마찬가지로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심 전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금과 지시를 받았음을 시인했다는 기사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한 허위사실의 적시"라며 1심과 판단을 달리하면서도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원고는 과거 행보에 대해서까지도 평가와 검증이 계속적으로 요구되는 정치인으로서 공적인물이고 그의 과거 행적에 관한 언론보도인 이 사건 각 기사는 공적인 관심사안"이라면서도 "확립된 판례 법리에 의할 때 각 기사로 인한 피고들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유무의 판단에 있어 언론 자유의 제한은 완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기사에 적시된 사실관계는 논란과 평가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현대사를 다룬 역사적 사실인 점, 당시 군대 내 사법체계의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나타난 사실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기사 작성 당시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 대한 접근에 한계도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들의 언론보도 공익성이 인정되고 일부 인정되는 허위사실에 관해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인다"며 "결과적으로는 명예훼손 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심 전 의원은 한겨레가 지난 2004년 12월, 2005년 11월, 2018년 10월 보도한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대해 "허위사실로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됐다"며 5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기사에는 심 전 의원이 1980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시절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면서 신군부의 가혹행위로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금을 받고 시위 지시를 받았다'는 허위 자백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심 전 의원이 1995년 이를 바로잡는 진술서를 썼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1심은 "기사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심 전 의원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기사 내용의 대부분은 직접 작성한 진술서에 그대로 기재돼 있는 내용이거나 진술서의 기재 내용 및 사건과 관련한 정황 등에 근거해 작성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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