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낙폭이 두드러지면서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월가 전문가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은 경제가 우려보다는 견실해 20년 전과 같은 위기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24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35% 급락했다. 소셜 미디어 기업 스냅이 실적 경고와 함께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서 광고 매출에 의존하는 다른 기술주들을 끌어내린 영향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가속 변수로 기술주와 성장주의 실적 둔화 우려가 점증되던 상황에서 스냅발 악재가 더해지자 시장에서는 닷컴버블 재연 불안감이 확산됐다.
하지만 이날 CNBC는 주요 기업 CEO들과 투자자 대부분이 심각한 시장 위기는 없을 것이란 낙관론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랄프 해머스 UB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년 동안 유통 사업이나 금융 등 산업 전반에 실질적인 변화들이 있었고, 이러한 트렌드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닷컴 버블이 있던 20년 전과는 달라진 상황 때문에 버블 붕괴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악셀 레만 크레디트스위스 회장도 투자자들이 지금의 일시적인 기술주 급락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의 모든 주식 시장에서 밸류에이션 수준이 내려왔지만 이익을 내는 기업들은 여전히 있다면서, 닷컴 버블과 지금이 닮은꼴이라 하더라도 근간을 이루는 추세들은 지금이 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창립자도 시장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닷컴버블 붕괴 당시 인터넷 기업들은 매출도 실적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기업들 중에는 사업계획만 갖고 있을 뿐 실체가 없어 애초에 상장되면 안 되는 곳들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넷플릭스의 경우 2억5000만명이란 실질적인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고, 몇 달 전보다 밸류에이션이 내려오긴 했어도 실체가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루벤스타인은 시장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지금이 투자자들에게는 바닥에서 매수할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주가의 경우 연초 이후 69%정도 떨어졌고, 아마존 주가는 35% 넘게 밀린 상태다.
리즈 앤 손더스 찰스슈왑 수석 투자전략가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S&P500 기술부문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이 2000년 닷컴 버블이 형성되던 시기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 버블이 꺼질 위험은 낮다고 평가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 역시 "지금은 닷컴 버블 붕괴와 다른, 금리 인상 시기의 거대한 조정 상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