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부장 "변사 사건 수사 역량 강화 기대"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곤충으로 변사 사건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등 과학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경찰이 나섰다. 국내 최초로 법곤충감정실을 개소한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법곤충 감정 기법을 본격 도입하기 위해 충남 아산에 있는 경찰수사연수원에서 법곤충감정실을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변사 사건에서 사망 시간은 사인 및 범죄 관련 여부, 용의자 특정을 위한 중요한 단서다. 경찰은 그동안 부검 등을 통해 체온 하강, 시신 얼룩(시반), 시신 경직(시강), 위 내용물 소화 상태 등으로 사망 시간을 특정했다. 하지만 부패한 시신은 이같은 방법으로 사망 시간 추정이 어려웠다. 이에 경찰은 곤충을 활용해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곤충이 온도에 따라 성장 속도가 일정하다는 특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 곤충을 활용해 사망 시간을 추정한 전례가 있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순천에서 발견된 A씨 변사 사건에 법곤충 감정 기법을 적용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사진=경찰청] 2022.05.17 ace@newspim.com |
이후 제한적으로 변사 사건에 법곤충 감정 기법을 활용했으나 전담 감정실이 없고 전문 인력 부족, 축적된 데이터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었다.
경찰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부터 5년 동안 법곤충 관련 연구 개발을 했다. 한국에 서식하는 주요 시식성 파리 3종에 대한 성장데이터를 구축하는 등 법곤충 감정 기법 토대를 마련한 것. 올해는 4월부터 추가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감정기법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이날 개소한 법곤충감정실은 앞으로 사망 시간 추정뿐 아니라 사망한 계절, 시신 이동 및 약물 사용 여부 등 추가적인 수사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변사 사건뿐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 동물에게 발생하는 구더기증 분석을 통해 노약자 방임과 학대, 동물 학대 및 유기 등 다양한 분야에 중요 단서를 제공할 예정이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법곤충 감정 기법을 통해 변사 사건 수사 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국가의 마지막 사회적 책무인만큼 모든 변사 사건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법곤충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인 박성환 고려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국가기관 차원에서 법곤충감정실 운영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법곤충 전문 인력 양성 및 연구 활성화를 통해 국내 법곤충 분야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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