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이 비행기로 시 전역에 코로나 공중 소독을 실시할 것이다'
5월 6일 낮 기자의 중국 친구가 웨이신(위챗)으로 이런 문자 소식을 보내왔다. 인공 강우 처럼 소독 약을 뿌리는 것인가? 화제성 기사를 한줄 송고하려고 했는데 금방 신화통신 앱에 이 소식이 유언비어라는 뉴스가 떴다.
베이징 시 당국의 과도한 코로나 방역 통제를 꼬집는 의미로 누군가 일부러 지어 SNS에 퍼뜨린 것이다. 아직 두자리 수지만 베이징은 방역 통제를 준 봉쇄 수준으로 강화하고 있다. 5월 4일 시는 지하철 출입구 부분 폐쇄에 착수하고 시내버스 운행도 일부 중단하고 나섰다.
시 당국은 감염자가 많은 차오양 구 회사에 대해 재택 근무를 지시하고 출근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대중 교통 대신 '자가운전(自驾)'으로 움직이라고 통보했다. 자가용으로 이동하고 없는 사람은 오토바이, 자전거를 이용하라는 얘기다.
4일 오후 기자가 활동하는 젊은 중국 직장인들 웨이신 단톡방에는 무채색 칙칙한 옷차림의 노동자들이 대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60년 대 전후 베이징 시내 풍경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굵은 글씨로 '내일의 베이징 조양구'라는 제목이 달려져 있었다.
당시 주민들의 자전거 출퇴근은 교통 인프라 및 에너지 부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과거와 달리 '내일의 조양구' 패러디 사진은 강력한 코로나 방역 통제 정책에 따라 '시민의 발'인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 교통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즈쟈(自驾) 에 자전거도 포함되나?' '당연하죠' '그사진 나도 이렇게 캡쳐 해뒀어요' '웃겨 죽겠네'. '내일부터 자전거 확보가 쉽지 않겠어요(可能撿不到車)' '좀 일찍 일어나 아예 뛰어서 출근하는 건 어때요'. 대화가 끝도없이 이어진다.
주로 1990년대 생과 2000년대 생의 젊은 직장인들. 그동안 기자가 교류해온 이들은 누구보다 애국심과 국가적 자긍심이 강한 청년들이다. 성향으로 봐 노골적 비판의 표시는 아니겠지만 왠지 기자에겐 이들의 단톡방 대화 내용이 당국의 과도한 방역 통제를 시니컬하게 조롱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2022년 노동절 연휴를 목전에 두고 4월 말 베이징 시 당국은 등산 여행 전세 버스(旅游包车) 운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식당 커피솝 매장 영업을 중단하고 헬쓰장도 문을 닫게했다. 이렇듯 통제가 강화되자 본격 항의는 아니더라도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코로나 감염으로 죽는게 아니라 극심한 코로나 방역 통제로 사람이 죽게 생겼다". 4월 통째 도시봉쇄 상황에 처한 남쪽 상하이 주민들 사이에 왜 이런 하소연이 터져나왔는지 베이징 사람들도 이제 그 사정을 조금 이해할 것 같다는 표정이다.
"노동절 연휴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헬쓰장을 닫아 이미 열흘째 운동을 못하고 있어요. 우리 등산 활동도 언제 재개될 지 정말 답답합니다". 5일 점심 무렵 기자가 몸담고 있는 중국인 등산 동호회의 1980년대 생 친구는 베이징 왕징의 하천 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볼멘소리로 이렇게 털어놨다.
이 친구는 반드시 자동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했다고 말했다. 방역 통제가 아무리 심해도 차만 있으면 야외 어디든 나가 등산 야영 팬션 골프 등 주말 레저 생활을 맘껏 즐길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고 보면 대중 교통과 주말 등산 전세 버스 운행 중단은 차 없는 서민들의 발만 묶어놓은 꼴이 됐다.
베이징 코로나 방역 통제가 심해진 동안 야외 레저용품, 특히 텐트 등 야양 관련 용품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소식이 인터넷 뉴스 정보 앱을 장식하고 있다. 징둥 전자상거래의 4월 현재 집계에 따르면 텐트 등 최근 야영장비 판매가 300% 늘었고 캠핑 카 판매는 무려 13배나 급증했다.
하지만 이 모두가 서민들에게는 연목구어 같은 얘기다. 베이징 주민 2100여만 명 중에는 일반 서민들이 대다수다. 이들 주민들로선 주말 레저는 커녕 잔뜩 불안감을 안고 코로나 재난이 지나갈때 까지 행동반경을 최대한 좁힌 채 집이나 동네에서 칩거하는 수 밖에 없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겸 국가주석은 5일 열린 중앙 정치국 상무위 회의에서 "추호의 동요없이 동태청령(강력한 방역)을 견지해 코로나를 박멸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서슬퍼런 지시에 항저우 아시안 게임도 연기됐다. 코로나 확산세가 언제 잦아들지 누구도 장담못하는 가운데 통제가 강화되면서 인민들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