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녹음파일' 3일차, 남욱 "문제되면 대한민국 도배"
유동규 뇌물 요구 정황도…"돈 맡겨놓은 것처럼 하더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두고 '4000억원 짜리 도둑질'이라고 언급한 대화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정영학 회계사, 남욱·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26차 공판을 열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남욱 변호사(왼)와 정영학 회계사(오) [사진=뉴스핌 DB] |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 2014년 11월 5일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간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재생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정민용 변호사와 김민걸 회계사가 이 시기에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취직하고 남 변호사는 정 변호사에게 대장동 사업을 잘 부탁드린다고 이야기한 부분이 확인된다"며 "통화 말미에는 남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은 4000억원 짜리 도둑질인데 완벽하게 하자. 문제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도배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파일에서는 "민걸이(김민걸 회계사) 그 양반이 최고 전문가인데 뭐가 걱정이냐, 잘 될거다" "걱정 마라. 정민용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 큰 오더를 받았을 수 있다" 등 대화가 오간다.
이어 남 변호사는 "이건 (문제가 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도배할거다", "4000억원 짜리 도둑질하는데 완벽하게 하자. 잘 될거다"라고 말한다.
이는 대장동 일당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가 나온 2015년 3월 전 사업을 통해 얻을 이익 규모와 문제점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검찰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대장동 사업에 5000만원을 투자해 성남의뜰 컨소시엄으로부터 3년간 배당수익 약 577억원을 받았고 천화동인 1~7호는 총 3463억원을 배당받아 합계 4040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천화동인 1호는 김씨, 4호는 남 변호사, 5호는 정 회계사 등이 소유하고 있다.
또 법정에서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에게 금전을 요구한 정황이 담긴 2013년 10월 4일 당시 녹음파일도 공개됐다.
파일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지난번에 통화하신 것 들려주신 적이 있지 않나. '유유'가 갖고 오라고 난리치는 것 들었다"며 "좀 심하더라. 돈 맡겨놓은 것처럼 빚쟁이 다루듯이 하더라"고 말한다. 정 회계사가 말한 '유유'는 유 전 본부장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남 변호사는 "신경 써야 할 것 아니다"라며 "완전 지겹다"고 답한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2013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관리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사업편의 제공 등 대가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으로부터 총 3억52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은 총 66개로 정 회계사가 2012년 8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또 2019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녹음기 3대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직접 녹음한 것이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질 당시 이를 검찰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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