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장동 재판서 '정영학 녹취록' 파일 재생
檢 "김만배, 시의회 로비해 성남도개공 출범"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 파일이 처음 법정에서 재생됐다. 파일을 통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관련자들이 지난 2012년부터 대장동 사업을 위해 로비를 벌인 정황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 씨, 정영학 회계사, 남욱·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24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영학 회계사가 3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3.07 hwang@newspim.com |
이날 재판에서는 2012년 8월에서 12월 사이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간의 대화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4개가 재생됐다. 검찰은 해당 파일들과 관련해 "김수남 전 검사장(전 검찰총장)의 이름도 나오고 김만배 피고인이 대장동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배경에 관한 것"이라며 "김만배 피고인이 대장동 사업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출범을 추진했고 성남시의회 측을 통한 로비 정황도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파일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김수남 전 검사장(전 검찰총장)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김씨가 김 전 검사장과 친분이 있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만배 형이 김수남 검사장하고 완전 '깐부'라고 그러더라"라며 "만배 형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씨 측 변호인은 "김 검사장의 이름이 왜 나오는지 알 수 없다. 검찰 설명에 따르면 뭔가 김 검사장이 연결됐다는 뉘앙스를 준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어서 재생된 파일에서는 남 변호사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언급하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내부적으로 결합개발이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 이재명 시장이 '멍청한 공무원들 때문에 뻘짓했다'는 이야기를 했다더라"라며 "이 시장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모든 답을 유동규, 이재명, 최모 씨 3명이 처음부터 각본을 짜고 해서 거기서 더 많은 것이 있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날 정 회계사가 2013년 1~3월 김씨와 통화하면서 녹음한 파일 2개도 공개됐다. 파일에 따르면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이게 터지면 대장동 사업을 못한다"고 한다. 정 회계사가 "공사 설립할 때 고생 많은 것도 안다"고 하자 김씨는 "A형(성남시의회 의원)이 고생했지,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하고", "형이 말했잖아, A형 챙겨줘야 하는 부분이다" 등 대화를 이어갔다.
정 회계사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또 2019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녹음기 총 3대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2021년 9~10월 3차례에 걸쳐 차례로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정 회계사는 이날 오전 진행된 증인신문 과정에서 2012년 처음 녹음을 시작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그는 "(전 동업자) 정재창 씨가 90억원을 부담하라고 했고 협박을 당하기 시작해 방어차원에서 (녹음을) 했다"며 "90억원을 집행했는데 김만배 회장이 '나중에 컨소시엄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되면 수사기관에 자수하라'고 강요해서 제가 잘못하면 크게 화를 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한 것이고 순수 방어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2019년까지 녹음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수원지검에서 회계처리와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휴대전화로 녹음해 갖고 있다가는 잘못하면 압수되겠다는 걱정이 있어서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내달 2일 다음 공판을 열고 다른 녹음파일들에 대한 증거조사를 이어간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