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에너지 고립 심화 시 3차대전 가능성도
우크라 지원 확대 속 경제전 함께 치르는 러시아 부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글로벌 금융시장이 우크라이나 변수를 뒤로 하고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등 다른 재료로 눈을 돌리면서 연초보다는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양측 교전이 장기화하는 사이 서방국과 러시아 간 에너지 및 기술 전쟁이 동시에 가열되면서 투자자들이 간과하기 어려울 시장 충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또 지상전에서 러시아군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이 확대되고, 경제 전쟁까지 함께 치러야 하는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에 패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불붙은 에너지전, 3차대전 부를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서방국의 러시아 제재가 점차 강화되자 러시아도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무기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가스 수입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요구를 거절한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27일부터 일방적으로 가스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만약 러시아가 다른 유럽 국가나 유럽 대륙 전체에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경우 이는 유럽 내 물가 폭등과 경기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유럽 유권자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 역시 유가 상승을 부추겨 유럽은 물론 미국 등 전 세계에 물가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릭 뉴먼 야후 파이낸스 칼럼니스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고유가 덕분에 제재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견뎌내고 있는데, 러시아산 에너지 고립이 심화되면 새로운 차원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먼은 푸틴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던 작년 12월이나, 그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던 작년 1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도 있었지만 올 2월 움직임을 결정한 데는 고유가가 한 몫 했다고 주장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 수익은 지난 2021년 4분기 기준 760억달러로 10년 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IIF는 고유가 덕분에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에너지 수익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서방국들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거나 금융 제재를 더 강화해 돈줄을 아예 끊어버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먼은 이러한 압박이 지속되면 러시아가 중국이나 인도에 헐값에 석유를 판매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 경우 러시아를 둘러싼 경제 전쟁이 제3차 세계대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르키우 로이터=뉴스핌] 주옥함 기자= 현지시간 26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도로변에 방치돼 있는 파괴된 탱크.2022.02.27.wodemaya@newspim.com |
◆ 기술전도 치열
에너지 전쟁처럼 눈에 드러나진 않지만 현재 러시아를 둘러싼 기술 전쟁 역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은 푸틴과 러시아 경제에 추가적인 충격을 주기 위해 러시아에 컴퓨터 장비 등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중 일부는 전쟁에 필요한 기술로 우크라이나 교전에서 러시아군의 전투력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 군사 장비는 다수 확보하고 있지만 최신식 무기는 부족한 상황이다.
영국 연구원들이 우크라이나에 남은 러시아 군사 장비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은 미국 등 우크라이나 지원 국가들의 군사 장비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과 릭 레이놀즈는 "러시아의 현대식 군사장비 대부분은 미국과 영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이스라엘, 중국 등에서 수입한 전자장비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먼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수일 내로 교전을 마무리 지으려던 푸틴의 계획이 무산되면서 러시아 군사력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주요 무기 재고를 늘리기 위해 암거래 등에 의존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이를 막기 위한 서방국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여 무기 관련 기술 공급 전쟁도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 경제전 장기화시 러시아 열세
푸틴 대통령이 오는 5월 9일 '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에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 선언을 준비 중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당분간 교전이 마무리되길 기대하긴 무리라는 지적이다. 또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에는 불리한 상황 전개가 예상된다.
뉴먼은 군사 전쟁과 경제 전쟁이 짧아도 수 개월간 동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당장 유럽은 다가오는 겨울에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완전 중단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푸틴 역시 추가 징병 등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러시아를 둘러싼 경제 전쟁이 지속되면 유가 폭등과 경기 침체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IIF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이 전면 금지될 경우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교전이 길어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330억달러 신규 지원을 요청하고 탱크나 대포 등 중화기까지 지원되는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국 지원은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뉴먼은 이 과정에서 경제전을 함께 치러야 하는 러시아가 결국 패배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