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전고점 대비 20%↓
S&P500·다우는 조정영역
경기 침체 및 연준 정책 실수 경고음 점증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증시 나스닥지수가 전고점 대비 20% 넘게 빠지며 베어마켓에 공식 진입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등 온갖 악재 속에 점증하던 약세장 경고는 현실이 됐고, 대표적인 리스크인 인플레이션이 해소된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의 패닉 매도세를 진정시키기엔 이미 늦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나스닥지수 1년 추이 [사진=구글] 2022.04.27 kwonjiun@newspim.com |
◆ 패닉 극대화된 시장
26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09.28포인트(2.38%) 하락한 3만3240.18에 마감했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0.92포인트(2.81%) 빠진 4175.20을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514.11포인트(3.95%) 급락한 1만2490.74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뉴욕 3대 지수 가운데 나스닥 지수는 2020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퍼센트 기준 일일 낙폭도 2020년 9월 8일 이후 가장 가팔랐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1월 최고가 기록에서 22% 밀리며 공식 약세장에 진입한 것이다.
다우지수의 경우 작년 11월 기록한 전고점 대비 10% 정도 하락했으며, S&P500지수는 연초 기록한 역대 최고치 대비 13% 밀려 두 지수 모두 기술적으로 '조정' 영역에 빠진 상태다.
코로나 봉쇄를 지속 중인 중국발 세계경제 성장 둔화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인해 기술 성장주를 중심으로 실적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33 부근까지 치솟았다. VIX지수의 200일 평균은 21 정도다.
포브스는 연준이 통화 긴축과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진정된다 하더라도 미 증시 전체가 약세장으로 고꾸라질 가능성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세븐스리포트 창업자 톰 에세이예는 지난 금요일 나타났던 패닉 매도세를 지목하면서 S&P500지수가 안정되긴 어려울 것이며, 앞으로 최대 5% 수준의 급락세가 추가로 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 마이클 윌슨도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가까이 밀리며 2020년 10월 이후 최악의 일일 낙폭을 기록한 지난 금요일 지수 흐름을 지목하면서 더 광범위한 매도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윌슨은 "S&P500지수도 약세장으로 동반 진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올 들어 가장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원자재와 에너지 업종까지도 손실이 나타나고 있고 방어주들도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이 비싸졌다고 강조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침체+연준 실수' 경고 봇물
현재 시장에는 경기 침체와 연준의 정책 실수에 대한 경고음이 쏟아지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거대한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IB) 중에서 가장 먼저 경기 침체를 예고한 도이체방크는 종전의 '완만한' 경기침체 경고에서 이번에는 '대대적인(major)' 침체로 수위를 높였다.
인플레이션이 당분간은 진정되기 어렵고, 연준이 목표로 하는 2% 수준까지 내려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만큼 연준이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을 가속하면 그만큼 경제에 큰 충격이 초래될 것이란 설명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최근 미국에서 2년 내 경기 침체가 일어날 확률을 35%로 진단했다. 이달 초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주요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치는 27.5%보다도 높게 봤다.
미국 유명 금융 리서치 기업 헤지아이 리스크 메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인 키스 맥컬러프는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transitory)"이라며 긴축을 미루기 시작할 때부터 정책 실수가 시작됐다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은 이제 지나치게 타이트하고, 긴축이 너무 늦었다고 평가했다.
맥컬러프는 인플레이션이 지금부터 2분기 말 사이에 정점을 찍을 것 같다면서 도이체방크와는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놓았으나, 전년 대비 경제 성장률과 인플레 상승 속도가 동시에 둔화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연준이 긴축을 하면 미 증시가 반드시 20% 이상의 하락을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 미국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S&P500지수가 올 여름께 이러한 베어마켓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정책 실수를 시장 최대 리스크로 꼽고 있어 실제로 이러한 실수가 확인된다면 투자심리에도 충격이 예상된다.
지난달 말 CNBC가 최고투자책임자(CIO), 주식 전략가,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 월가 투자 전문가 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응답자의 46%는 연준의 정책 실수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 최대 리스크라고 답했다. 그 다음 위협 요인은 33%의 응답자가 꼽은 치솟는 미국 물가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