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문가들 "체제 결속 차원
김정은 위원장 하지 않을 수 없어"
다만 우크라 사태로 시기는 민감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통일부는 북한이 25일 새벽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을 아직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보도 매체에 열병식 보도가 없는 것에 유념하면서 유관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관련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이 특정 시간에 일률적으로 열병식을 진행하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에 열병식을 진행하고 이를 사후적으로 보도해왔다"고 말했다.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돌을 맞는 25일 새벽 0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은 확인 되지 않고 있다. 대신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경축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돌 기념 우표. [사진=조선중앙통신] |
통일부는 "당일 오전 또는 오후에 열병식을 진행하면 다음 날 노동신문 등을 통해서 관련 보도와 함께 현장의 내용을 녹화 중계한 사례가 많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단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동안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열병식을 취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5일과 26일 평양 날씨가 좋지 않아 전투기를 비롯해 항공기를 띄우기에는 위험 요인이 적지 않고, 북한 정권 내부적으로 정무적 판단에 따라 열병식 개최 시간을 조정하거나 추후로 연기할 수는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선인민혁명군 90돌인 25일 당일 오후 현재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경축 분위기를 띄우고 김일성‧김정은‧김정은 3대 세습집권을 칭송하는 글과 사진, 영상물을 보도하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열병식이 늦춰지거나 조정될 수는 있지만 취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북 전문가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제재로 인해 대내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체제 결속을 다지고 대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 대규모 열병식을 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또 다른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이미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한 상태에서 더 보여줄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예민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과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대규모 열병식을 굳이 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석했다.
열병식이 진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통일부는 구체적인 북한군의 동향이나 관련 배경 등은 정보사항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어서 밝히기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0시 열병식'은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2021년 9월 9일 정권수립 73주년 등 두 차례 있었으며 당일 오전 매체를 통해 공개하고 오후에 녹화 중계를 내보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시간대를 야간으로 넓히면 2021년 1월 14일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까지 세 차례 있었고, 북한은 이튿날인 1월 15일 오전 매체 보도로 열병식 개최를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9차례 열병식이 열렸는데 조선인민혁군 창설을 기념해 열병식이 준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 집권 후에는 4‧15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9‧9 북한정권 수립일, 10‧10 노동당 창건일 등을 계기로 열병식이 열렸다.
그동안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한 것으로 포착된 북한이 '핵전투 무력'을 비롯해 어떤 신형 무기체계를 공개하고,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어떤 대내외 메시지를 내놓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