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공무원 정원 확대 등 직접적 영향
작년 공무원 115.7만명…인건비만 75조
文정부서 13만명↑…올해 3만6000명 채용
전문가 "공무원 합리적 조정…재정건전화"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정부가 향후 공무원과 군인 등에게 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충당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서며 빠르게 늘고 있다. 고령화로 연금 지급 기간이 길어진데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무원 정원을 대폭 확대한 탓이다.
정부는 매년 수조원의 적자보전금을 감내하면서까지 공무원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족한 청년 일자리를 정부가 나서 공무원 채용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들에게 돌려줘야 할 연금 지급액이 정부 보유액을 넘어서는 경우 정부 재원으로 온전히 메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연금충당부채가 미래에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한 향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수에 비례해 공무원 수를 합리적으로 조정, 재정건전성 개선 등을 꾀할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한다.
◆ 작년 연금충당부채 1138조2000억…1년새 93.5조 증가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1회계연도 재무제표상 부채 총계는 2196조4000억원으로 1년전(1981조7000억원)보다 214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확정부채와 비확정부채가 각각 818조2000억원, 1378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06조6000억원, 114조1000억원 늘었다.
확정부채는 국공채·차입금 등 갚아야할 규모와 시기가 정해져있는 부채를 말하고, 비확정부채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국민들에게 줘야 할 돈을 말한다.
비확정부채 중에서도 연금충당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82.6%로 월등히 높다. 연금충당부채는 정부가 향후 70년 이상 공무원, 군인 등에게 연금으로 지급해야할 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국가가 당장 갚아야 하는 나라빚은 아니지만, 연금 지급액이 부족하면 정부 재원을 투입해 메꿔줘야 하는 만큼 재무제표상으로는 부채에 포함된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1138조2000억원으로 1년새 93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종류별로 보면 공무원 연금충당부채가 904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4조8000억원 늘었고, 군인 연금충당부채(233조6000억원)도 18조7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연금충당부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752조6000억원)과 비교해 5년 만에 385조6000억원 불었다. 전체 연금충당부채의 33.9%가 문재인 정부에서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 증가분 중 할인율 하락 등 재무적 효과에 따른 증가분은 73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재무적 증가분을 제외한 실질적 증가분은 20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실질적 증가분은 75조원에 달한다.
할인율은 미래연금 지급액 추계치를 연재 금액으로 계산하기 위해 돈의 가치(이자율)를 빼는 비율이다. 즉, 미래의 금액을 할인해서 현재의 금액으로 만드는 값이다. 할인율이 하락하면 연금 충당부채도 늘어나는 구조다.
◆ 문재인 정부 5년간 공무원 12만7481명 증가 '역대 최대'
연금충당부채 증가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전략과 맞물려있다. 문 정부는 임기 중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하기로 하고 지난해까지 12만7481명을 선발했다. 올해도 국가공무원 6819명, 지방공무원 2만8717명 등 3만5536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문 정부는 청년, 여성, 장애인 등 취약 계층들의 일자리 해답을 공무원 채용 확대에서 찾았다. 이에 문재인 정부 초기 공무원 17만4000명 확대를 공약으로 삼았다. 그리고 작년까지 목표 인원의 73.3%를 채용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공무원 정원은 115만6952명으로, 국가직 공무원 75만824명(64.9%), 지방직 공무원 38만819명(32.9%) 등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실질적 마지막 해인 2016년 말(102만9471명)과 비교해 12만7481명(12.4%)늘어난 것이다. 늘어난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정부가 지난해 국가·지방공무원 인건비로 지출한 규모는 75조원에 육박한다. 2021년 본예산 558조원의 13.4%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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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공무원 수를 늘리다 보니 이들이 퇴직 후 돌려줘야 할 공무원 연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입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 반면, 미래의 재무적 가치를 반영한 지출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연금충당부채 산출방법에 따라 금리가 인상되면 현재 가치가 줄어들어 연금충당부채를 줄이는 효과 있는데도 공무원이 많이 늘다보니 미래에 돌려줘야 할 연금충당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연금충당부채가 당장 갚아야 할 돈이 아니지만 결국 정부가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고, 미래 세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인구가 줄어는데도 큰 정부를 고집하는 문재인 정부의 사회복지서비스 확대, 취약 계층 채용 지원 정책 등에 따라 공무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양하고 있는 만큼 공무원 수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공무원 연금 재정건전성 개선 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매년 수조원을 공무원 등 4대 연금 적자보전금으로 투입한다. 올해 예산에 반영된 4대 연금 지원금은 총 8조7000억원으로, 공무원·군인 2개 연금에 대해 각각 1조4000억원, 1조7000억원 등 3조1000억원을 지원한다. 나머지 5조6000억원은 정부가 공무원·군인·교직원(사립학교) 등에 대해 고용주로서 부담금을 납부하거나 국민연금에 대한 운영비 일부 등을 지원한다.
기재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국민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정부 부담은 2025년 10조4381억원으로 늘어난다. 향후 3년간 매년 6000억원 가까운 정부 예산이 4대 공적연금 적자 보전을 위해 투입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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